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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강 선수+4강 감독’…CEO가 홍명보에게 배워야 할 ‘소통+창의’리더십
[헤럴드경제=김영상ㆍ원호연 기자 기자]지난 4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건물에서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 감독을 만났다. 기부행사에서 만났기에 화제는 ‘기부 문화’에 쏠렸지만, 인터뷰 마지막에 런던올림픽에서 8강, 또는 4강에 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홍 감독은 “(국민)성원에 보답하려 최선을 다할 뿐이다. 다만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창의적 플레이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홍 감독은 결국 일을 냈다. 올림픽에서 기적의 축구 4강을 일군 것이다.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의 무릎을 꿇리고 얻어낸 감격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더욱 경이적이다. 월드컵 4강 선수로서, 이번엔 올림픽에서 4강 감독 반열에 올랐으니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영광이다.

이런 홍 감독에 유독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축구는 흔히 경영에 비유된다. 중원 기세 싸움, 밀고 밀리는 혈투, 늘 찾아오는 위기의 순간과 선수 교체, 90분 동안의 절묘한 힘의 안배…. 국내 최고기업을 향해, 글로벌기업을 향해 항상 긴장하고 강적(强敵)과 싸워야 하는 기업 경영의 숙명과 닮아 있다. 그래서 축구의 리더십은 경영에 활용되곤 한다.

홍 감독의 리더십은 소통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 배가에 있다. 선수들은 늘 홍 감독을 믿는다.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졌을때 같이 아파해주고, 개인적인 상담도 마다 않는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카리스마가 넘칠 것이라는 선견을 과감히 깨면서 ‘맏형’으로 다가오니 선수들은 홍 감독을 진심으로 따를 수 밖에 없다. 홍 감독은 거만하지 않다. 선수들과의 시합땐 감독이 아닌 ‘수비수’로 같이 땀을 흘린다. 한때 막강했던 ‘리베로’ 앞에서 공격전술을 시험하니 아무리 유명한 선수라도 겁날 게 없었다고 선수들은 말한다. 선수들이 목숨 걸고 홍 감독을 신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홍 감독의 용병술은 또 창의적이었다. 처음 계산된 패턴을 거부했다.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동원(선덜랜드)ㆍ이범영을 영국 전에 투입함으로써 ‘절묘한 투입’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이같은 홍 감독의 신뢰와 창의의 리더십은 7만 관중이 일방적인 응원을 보내는 영국전에서 기적의 승리를 낚은 원동력이 됐다.

이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겐 반면교사다. 대부분 CEO들이 경영리더십에 대한 중요성을 알지만 실천하고 있지 못하는 현실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최근 타워스왓슨이 조사한 설문에서 한국 직장인들은 경영진의 리더십에 대해 낙제점(30∼40점)을 줬다. 37%만이 경영진 능력과 비전을 신뢰한다고 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고성장 국가의 58%에 미치지 못하고, 전세계 평균 48%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경영자를 믿지 못하는 직장인이 많다는 점에서 한국 CEO가 당면한 리더십 위기이기도 하다.

이는 대부분 경영자들이 목표량 하달 등 일방 지시에 매몰돼 있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이 최근 전경련 포럼행사에서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려면 과거처럼 일을 지시하던 보스(Boss)형 리더에서 벗어나 혁신을 이끄는 창조형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홍 감독은 자존심과 오만함이 가득찬 영국을 깨뜨림으로써 투혼과 소통, 창의적 DNA로 무장된 팀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전세계에 입증했다.

홍 감독과 태극전사들이 보여준 힘과 원동력을 재계는 곰곰히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기업인들은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의 나갈 방향이 담긴 히든챔피언, 투자와 일자리 창출, 신성장을 도맡을 글로벌기업으로 크는 방법이 어쩌면 ‘홍명보 DNA’에 고스란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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