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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준 희망가족 여행기 <36>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소금사막…볼리비아 우유니
[우유니(볼리비아)=이해준 문화부장]한국을 떠난지 8개월째, 드디어 우유니(Uyuni) 소금사막 투어에 나섰다. 해발 4000m가 넘는 안데스 중부의 알티플라노 고원지역을 2박3일 동안 돌아보는 여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거칠고 황량하지만, 고원의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많은 여행 안내서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우유니 소금사막을 꼽을 정도로 환상적인 곳이다.

특히 우리 가족이 세계여행을 준비할 때 모두 이곳을 가보고 싶어했다. 특히 둘째 아들은 우유니 소금사막을 가고 싶은 곳 1번으로 꼽았다. 그러나 둘째를 포함한 가족이 유럽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터여서 필자 혼자 여행하게 돼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에 그리던 우유니를 여행한다는 설렘과 척박한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데 따른 긴장감이 몰려왔다.

▶2박3일 동안의 안데스 고원 환상주행=소금사막을 여행하려면 투어에 참가해야 한다. 워낙 오지여서 도로가 포장돼 있지 않고 대중교통은 아예 없다. 투어는 볼리비아 우유니 또는 칠레의 아타까마에서 출발하는데 국경을 넘어가는 일방향 코스는 2박3일,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코스는 3박4일이 걸린다. 필자는 아타까마에서 우유니로 넘어가는 2박3일 코스를 선택했다.

첫째날 아침 승합차가 숙소를 돌며 예약자들을 하나하나 태웠다. 독일인 중년부부와 미국 및 브라질 청년,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호주의 젊은 여성 등 10명의 다국적 여행단이 만들어졌다. 독일인 부부를 제외하고 모두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다.

아타까마를 출발하자 곧바로 거칠고 황량한 고원이 펼쳐졌다. 약 1시간 달려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로 들어갔다. 국경을 넘기 전에 지프 2대에 5명씩 나누어 탔다. 국경이라고 해봐야 황량한 사막 중간에 만들어놓은 허름한 막사에서 출입국 도장을 찍어주는 것에 불과했다. 국경을 넘자 바로 에두아르도 아바로아(Eduardo Avaroa) 안데스동물 보호구역이 시작됐다.

볼리비아 고원사막에 휘몰아치는 바람과 모래의 풍화작용에 의해 바위가 깎여 마치 나무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 나무’가 안데스 영봉들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서 있다.

국경을 넘은 후에도 비슷한 황무지가 이어졌다. 양편에는 해발 6000m 안팎의 안데스 영봉들이 만년설을 뒤집어쓴 채 버티고 있고, 곳곳에 호수가 자리잡고 있었다. 처음 만난 호수는 ’초록 호수’라는 뜻의 ‘베르데 호수(Laguna Verde)’였다. 칠레 국경에 가장 가까이 접해 있는 해발 4350m의 호수로, 파란 하늘과 설산을 배경으로 고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어 바람에 깎여나간 바위들이 사막에 점점이 박혀 있어 신비로운 풍광을 자아내는 ‘살바도르 달리 공원’, 노천온천, 해발 4300m의 ’찰비리 호수’, ‘내일의 태양’이라는 의미를 지닌 마냐나(Manyana) 간헐천을 거쳐 고원사막 깊숙히 들어갔다. 풍경의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나무 한그루 없는 태고의 황량함을 간직한 안데스 심장부로 들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콜로라다 호수(Laguna Colorada)에 도착했다. 람사르 국제협약에 의해 볼리비아에서 처음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널직한 호수 곳곳에 플라밍고(홍학)들이 한가롭게 먹이를 찾아 물을 헤집고 있었다. 해발고도 4278m인 이곳에서 플라밍고가 노니는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다. 척박한 고원에 있는 호수는 희귀한 동물들의 안식처요 오아시스였다.

볼리비아 안데스 고원의 헤디온다 호수에 가늘고 긴 다리를 얕은 물에 담그고 물속의 먹이를 찾는 플라밍고(홍학)들의 고귀한 자태가 안데스 설산들과 환상적으로 어울려 있다.

▶갈수록 놀라움을 전해주는 고원사막=고원에서의 밤은 추위ㆍ고산증과 싸워야 했다. 해가 넘어가자 매서운 추위가 몰아쳤다. 숙소엔 난방이 되지 않아 옷을 잔뜩 껴입고 침낭에 들어갔지만 추위를 막을 순 없었다. 호주와 스페인 여성은 고산증으로 밤새 토했다며 아침에 거의 녹초가 되어 나타났다. 하지만 태양은 마법을 부렸다. 아침 해가 뜨면서 온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둘째날에도 황량한 고원사막을 종횡무진 달리며 환상적인 풍경에 빠졌다. 먼저 ‘바위 나무’라는 의미의 ‘아르볼 데 삐에드라(Arbol de Piedra)’에 도착했다. 사막 한 가운데 바람이 만든 기암괴석이 진짜 고사목을 닮았다. 거대한 암석이 바람과 모래에 의해 풍화돼 사막 한가운데 서 있었다. 자연은 최고의 예술가이며, 그 최고 예술가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또 다시 1시간 이상 황무지를 달리자 이번엔 혼다 호수(Laguna Honda)와 헤디온다 호수(Laguna Hedionda)가 나타났다. 특히 ‘냄새나는 호수’라는 의미의 ‘헤디온다 호수’에선 플라밍고를 아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다. 가늘고 긴 다리를 얕은 물에 담그고 물속의 먹이를 찾아 긴 목을 드리운 모습이 고귀한 귀부인의 자태를 닮았다. 알을 낳은 후 암수가 28일 동안 함께 품어 새끼를 낳고 함께 기르는 습성을 갖고 있는 홍학. 긴 날개를 펴고 수면 가까이 미끄러지듯 나는 모습이 파란 하늘, 설산과 잘 어울렸다.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북쪽으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기차 무덤’. 황야를 질주했을 기차가 고철덩어리로 변해 레일과 함께 모래 속으로 점차 빠져들고 있다.

중간에 펑크가 난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하고 알로타(Alota)라는 작은 마을에서 식사를 한 다음, ‘기차의 무덤(Train Cemetery)’으로 향했다. 참으로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고원 황무지 한 가운데 기차가 운행을 중단한 채 무참하게 태양과 바람의 세례를 받고 있었다. 고철덩어리가 된 육중한 기차와 레일이 조금씩 부식하면서, 모래 속으로 서서히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1880년대말 유럽 자본이 볼리비아 광물자원의 수출을 원활히 하기 위해 건설했다가 1940년대 광물이 고갈되자 버려진 철도였다. 기차의 무덤은 현지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먼지투성이가 된 꾀죄죄한 아이들이 기차 지붕을 오르 내렸다. 어떠한 생명체도 찾아볼 수 없는 거친 황무지, 그 한 가운데 버려진 고철덩이 기차, 파란 하늘, 남루한 아이들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드디어 세계 최대의 우유니 소금사막에=세째날 새벽 숙소를 출발, ‘우유니 소금사막(Salar de Uyuni)’으로 향했다. 깜깜한 어둠을 한참 달리자 하얗고 평평한 소금사막이 나타났고, 이어 저쪽 끝에서 붉은 해가 솟아올랐다. 환상적이었다. 아침 해가 뜨는 소금사막을 달리는 것은 최상의 경험이며, 일생에 한번 할까말까한 경험이 아니고 무엇이랴.

우유니는 세계 최대의 소금사막이다. 수만년전 지각변동에 의해 염호가 솟아오른 후 물이 증발하면서 형성됐다. 해발 3656m 높이에 소금 층의 두께는 최대 140m에 이른다. 표면은 수평을 이루고 있는데 12~3월의 우기엔 호수를 20~30cm의 소금물이 덮으면서 초현실적인 경관을 연출한다. 건기엔 구름한점 없는 하늘에서 해가 쨍쨍 내리쪼여 전세계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1시간 반 정도 달려 호수 한가운데로 갔다. 지평선 끝에서 비추는 햇살에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나도 있는 힘을 다해 ‘야호~’ 하고 외쳤다. 뿌듯함과 행복감이 몰려왔다. 그 기쁨이 그 동안의 피로를 녹여주는 것 같았다.

사람 키보다 훨씬 크게 자란 선인장으로 가득찬 ’피시 아일랜드’에서 바라본 우유니 소금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소금사막 넓이는 한국의 경기도 면적보다 넓다.

소금사막 한가운데엔 ‘물고기 섬(Fish Island)’이 있었다. 물론 물고기가 사는 섬은 아니다. 사람보다 훨씬 큰 선인장들이 가득 들어차 장관을 이룬 섬이다. 선인장이 이 정도 크는 데 수백년이 걸린다. 거대한 선인장들이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물고기 섬’에 이어, 건물과 실내장식을 모두 소금으로 만든 소금호텔을 거쳐 소금 채취현장을 방문했다. 정제해 한곳으로 모은 소금을 삽으로 떠 트럭에 싣고 있었다. 고원의 뜨거운 태양을 받으며 해야 하는 힘겹고 고단한 노동이었다.

이곳의 소금 매장량은 100억톤으로 아주 유용한 자원이다. 하지만 이곳이 주목받은 것은 1980년대 리튬이 발견되면서부터다. 리튬은 휴대전화나 노트북,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리튬전지의 핵심원료로, 전세계 리튬의 50% 이상이 여기에 매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미국 자본이 이를 개발하려 했지만, 볼리비아 정부가 국유화해 점진적으로 개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유니 투어는 다른 어느곳보다 흥미로움과 만족감, 행복감을 주었다. 투어를 마치고 둘째에게 편지를 보냈다. 열심히 공부하라는 얘기는 쏙 뺐다. 대신 행복한 아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아빠는 우유니 고원사막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무척 행복했어. 아빠는 꿈을 이루었어. 너도 꿈을 이루고 여기도 꼭 여행해보길 바래’라고 썼다.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훌륭한 교육이 아닐까. 우유니는 그렇게 여행자의 변화를 가져다 준 곳이었다.

/hjlee@heraldcorp.com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소금을 모아 작은 무더기를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소금뿐만 아니라 세계 리튬 매장량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서구자본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행 메모>

여행기를 쓰고 있는 이해준 헤럴드경제 문화부장은 2011년 10월12일 한국을 출발, 아시아에서 유럽~남미~북미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희망찾기 세계일주’를 펼쳤습니다. 전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인 아내,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아들, 중학생 조카 등 5명이 시작한 이번 여행을 통해 이들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각자의 삶과 우리 사회의 새 희망을 찾았습니다. 때로는 우왕좌왕하고 티격태격하기도 하면서 진한 가족애도 쌓았습니다. 삶의 목표를 확인한 사람이 하나씩 귀국해 마지막 여정에선 아빠 1명만 남게 되는 이들의 생생한 여행 이야기는 인터넷 카페 ’하루 한걸음(cafe.daum.net/changdonghee)’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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