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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3년 금융실명제 이후 최대파급력…‘지하경제 뿌리뽑기’ 의지
한만수 발언으로 본 새정부 정책방향·의미

미래硏 보고서 후폭풍
-지하경제규모 175兆…조세탈루추정치 36兆
-매년 1.4%p 양성화땐 연3兆 세수증가 효과
-과도한 규제·높은 조세부담율 등 한계 여전

구체적 정책대응 예고
-차명거래 불법화로 금융실명제 대대적 메스
-FIU 과세당국에 대한 정보제공범위 확대도
-“무혐의 거래 제외 모두 통지하는 방식 고려”




차명거래 전면금지 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최대 역점 정책인 ‘경제민주화’와 이를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전망이다. 은밀한 돈 거래가 대부분 차명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근간을 완전히 제거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온 재벌의 편법상속에도 차명계좌가 광범위하게 동원된 것으로 추정돼, 제도가 시행될 경우 여론의 상당한 지지도 예상된다. 정부가 차명거래 전면금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백미(白眉)’ 될 듯=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작성한 국가미래연구원 보고서는 역대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 가운데 ‘백미’로 평가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현실적이고 치밀하다. 해외 사례 분석과 국내 현상에 대한 진단, 구체적인 정책대응 전략, 그리고 정책 효과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금융실명제의 허점으로 차명거래 근절을 위해 대책을 강구했으나,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차명계좌는 비자금과 편법상속 등에 활용돼 왔다.

하지만 복지와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탄생한 박근혜 정부에서 지하경제는 결코 용인할 수 없는 개혁 대상이고, 따라서 가장 짧은 시간에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심장’에 해당하는 차명계좌를 정조준하자는 게 ‘경제 검찰총장’을 맡은 한 내정자의 해법이다.

▶지하경제 줄이면 연간 세수 3조원 증가=보고서는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를 2008년 말 조세연구원 추정치를 인용, 국내총생산(GDP)의 17.1%인 175조5320억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조세부담률 20.7%를 곱한 36조3330억원을 조세탈루 규모로 봤다.

한 내정자는 현 정부 임기 내 지하경제 규모를 선진국 수준인 GDP의 10%까지 낮추려면 매년 1.4%포인트씩 양성화해야 하고, 연간 약 14조3703억원이 과세대상에 추가돼 연간 약 2조9746억원의 세수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한 정책 대응은 크게 5가지다. 가장 먼저 차명거래를 불법화하는 취지로의 금융실명제 개편,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과세당국에 대한 혐의거래 정보제공범위 확대, 현금영수증 소득공제 제도의 확대, 과거 지하경제에 대한 일시적 사면을 통한 양성화 유도, 과세당국의 전자거래자료에 대한 접근 확대와 분석능력 제고 등이다.

 

175조원에 달하는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세청 등에 연일 정교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박 대통령이 임기 초 추진할 첫 번째 과제로 꼽힐 정도다. 사진은 지난 15일 여당 대표단과 회동한 박 대통령.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지하경제 자금, 유통ㆍ저장 원천봉쇄=차명거래 금지수단은 미국의 사례가 바탕이 됐다. 미국은 계좌개설 시 신원확인이 필수다. 또 불법자금을 금융기관에 입출금하면 자금세탁행위로 간주한다. 금융회사는 의심거래를 정부에 신고하는 의무를 갖는다. 차명거래는 형사처벌을 받을 뿐 아니라 민사법적으로도 무효다. 지하경제행위로 얻은 소득을 차명계좌에 입금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의심되는 자금거래를 FIU에 신고하는 제도는 있지만 의심되는 자금 전부가 신고대상이 아닌 데다, 차명거래가 용인되다 보니 이를 직접 겨냥한 규정도 없다. 금융회사가 2000만원 이상 현금거래를 FIU에 보고하고 있지만, 범죄나 탈세 혐의가 있는 거래만 선별돼 국세청에 통지된다.

보고서는 “FIU의 선별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혐의가 있는 경우만 국세청에 통지하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이 아니라, 혐의 없음이 명백한 거래만 빼고 모두 통지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을 하나의 개선책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해외 통한 탈루 한계는 인정=한편 이 보고서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한계에 대해서도 솔직히 인정해 정책으로서의 균형감각을 갖췄다. 과도한 규제와 높은 조세부담률, 부정부패 등 여러 이유로 형성ㆍ유지돼 온 지하경제를 일거에 완전히 양성화하는 방법은 없다고 시인했다. 아무리 선진화된 국가에서도 지하경제 추정 규모가 GDP의 10%에 가까운 만큼 장기간 지속적인 노력으로 부분적으로 양성화할 수 있을 뿐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해외 금융계좌를 통한 탈루를 단속하는 데도 자발적 신고 외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해외 금융회사들로부터 강제로 금융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홍길용ㆍ조민선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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