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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끄러운 ‘도시의 법칙’? 조용필부터 알켈리까지 BGM ‘줄잡아 50곡’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SBS ‘도시의 법칙 IN 뉴욕’은 굉장히 시끄러운(?) 방송이다. 프로그램 한 편을 꽉 채워 등장하는 BGM(Background music, 배경음악) 숫자를 살펴보면 그렇다. 65분 방송에 줄잡아 50곡 가량이 등장하는 이 프로그램은 후반작업에 '어마무시'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8일 방송된 SBS ‘도시의 법칙 IN 뉴욕’ 2회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편에서는 대략 50곡 가량의 BGM이 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조차 서로 다른 음악을 최대 3곡까지 플레이한다.

BGM의 숫자보다 흥미로운 것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노래들이 ‘도시의 법칙’ 속 멤버들의 행동이나 이미지, 스토리를 빼닮았다는 점이다. 대체로 허투로 삽입하는 법은 없다. 이를 테면 멤버들이 뛰는 장면에선 ‘뛴다’는 가사와 제목의 음악이나 ‘달려야하는 분위기’를 담은 곡이 들어간다. 캐릭터와 상황에 맞는 선정으로 BGM을 빽빽히 채운 뒤, 방송 말미엔 그 날의 회차분을 정리하는 대망의 클로징 곡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 한 편에서 선보이는 BGM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한다면, 이 방송은 2배의 재미를 줄지도 모른다.



당시 방송에서 1회분의 복습 이후 첫 장면을 채운 사람은 백진희였다. 백진희는 여배우 이미지는 포기했는지, 얼굴에는 마스크 팩을 붙인 채 긴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그 때 등장한 BGM은 선미의 ‘보름달’. 저마다 판타지를 품고 입성한 뉴욕이었지만, 맨해튼에서는 한참이나 떨어진 브루클린에 생존지를 마련한 멤버들은 가래떡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쪼그려 앉아 머리를 말려야 하는 ‘무일푼 뉴욕생활’을 시작했다. 백진희의 이 장면은 은근히 호러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효과음이 특히 분위기를 적절히 연출했다.

'잠들지 않는 화려한 뉴욕의 밤'은 다리 건너에 자리해 있고, 내일부터는 고군분투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 백진희의 산산조각난 뉴욕 판타지는 “야경 좀 봐”라는 말에 맞춰 제이슨 워커(‘The city never sleep’)가 등장했다. 뉴욕에서의 첫날밤을 보낸 멤버들을 향한 제작진의 선물인 셈이다.

새 하루가 밝자 본격적인 뉴욕생활의 시작. 배우 정경호의 아침은 조깅(아울시티, ‘슈팅스타’, 유리-임희택 ‘ 뛰어’, 메이트 ‘런’ )으로 시작된다. 가래떡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허기진 마음은 거리의 빵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휘둥그레진다(박민. ‘배고파요’). 처음으로 맞이하는 이천희와 문의 뉴욕의 아침(루디스텔로, ‘비포 선라이즈’)은 브루클린 공장지대의 살벌한 바람이다. 조깅을 마치고 돌아온 정경호는 소름돋는 찬물에 샤워를 해야하는 상황, 배치기의 ‘눈물샤워’가 딱이었다. 막상 뉴욕의 첫 아침을 맞았지만 여배우 백진희는 거울 하나 없어 카메라에 의지한 채 로션을 발랐다. 든든한 오빠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백진희를 위한 거대한 거울(포미닛, ‘거울아거울아’)을 선물해줬다.

이젠 정말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멤버들, ’형님팀‘인 김성수 이천희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취업자리로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본격적인 생존을 위한 출발, 휘파람 소리와 함께 그들은 이미 ’황야의 무법자‘가 된다. 영화 ’석양의 건맨‘의 삽입곡인 엔리오 모리코네(‘PER Qualche dollaro in piu’)와 함께 했다. 그러다 뉴욕팸에게 필요한 버려진 의자 하나를 발견한 기쁨(장재남, ‘빈 의자’)도 만끽했다.

마침내 시간제 알바 자리를 구한 형님팀의 열혈 근무 현장엔 스티비 원더의 ‘Part-time lover’가 흘렀고,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지원서를 올리려는 ’컴맹 정경호‘에겐 민해경의 ’서기 2000년‘이 적합했다. 당연히 일자리를 찾기 위한 간절함(Quick Step, ‘Nine to five’)도 담았다.

당시 방송에서 최소 2번 이상 플레이됐던 곡은 2회분의 제목이 되기도 한 영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주제곡인 ‘Love of idea’였다. 끊임없이 마천루가 펼쳐지는 화려한 거대도시에서 3시간을 일해 겨우 22달러25센트(2만3000원)밖에 벌지 못한 시간이었지만, 김성수에겐 무명 시절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고 화려한 도시 뉴욕의 삶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잠시나마 알게 된 시간이었다. 그제서야 두 사람에겐 브루클린이 보였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 브루클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이정표를 비추며 제작진은 영화의 OST를 선곡했다. 그제야 정신없이 뛰었던 폴라스키 다리를 다시 건너며 맨해튼의 높은 건물을 눈에 담았다.

그러다가도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천가이버 이천희는 식탁을 만들어보겠다고 거리의 목재를 수거(영화 ‘슈렉’ OST ‘Funkytown’) 동생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다시 집을 나선 두 사람, 리사이클링 자판기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기대를 품었다. 두 사람은 브루클린 대청소라도 하듯 온갖 공병을 주워담기 시작(조용필, ‘아시아의 불꽃’) 했지만, 재활용품 환급제도(소비자가격에 붙은 착수금을 빈 병 반납시 돌려주는 제도로, 뉴욕 리펀드 라벨이 붙은 용기만 가능)를 제대로 알지 못한 탓에 헛수고(캔, ‘내 생애 봄날은’)로 돌아갔다. “서러움에 눈물이 나도” 그게 '뉴욕의 법칙'을 알아가는 방법이었다.

뉴욕팸이 아궁이를 만들기 시작하며 식사용 캠프파이어를 시작할 땐 자미로 콰이(‘CANNED HEAT’)가 따라왔고, 이천희가 스캔본능을 발휘할 땐 인기 미드 ’닥터 후‘의 OST가 등장해 ’천가이버 본능‘을 극대화했다. 설익은 쌀밥을 먹은 정경호가 밥을 후두둑 뱉을 때 등장한 BGM(Geri Halliwell, ‘It’s RAINING MAN’)에 섞인 효과음은 깨알 웃음을 유발했다. 마침내 첫 식사(매드니스, ‘OUR HOUSE’)인 라면을 마치자, 전용 BGM을 갖게 된 김성수의 요리타임(성시경,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이 돌아오기도 했다. 



힘들었던 하루를 마친 ‘도시의 법칙 IN 뉴욕’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알켈리의 ‘GOTHAM CITY’였다. “소중한지 몰랐던 것들, 모든 것들이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아쉬울 게 없었다. 여기 오니 그런 것들이 너무너무 소중하다”는 백진희, 가고 싶은 맨해튼에 동생들을 데라고 꼭 가겠다는 김성수, 낯선 도시에서의 본격적인 생존기는 이제 막 시작된 셈이었다. 

영화 ‘베트맨 앤 로빈’의 테마곡이었던 ‘고담시티’의 가사는 뉴욕을 상징하는 영화 속 배경이 된 가상의 도시를 향한 희망을 담았다. “아직 폭풍우 치는 날씨 속에서 우리는 비틀거리며 쓰러지지만, 이 곳은 모두를 위한 도피처/정의의 도시 사랑의 도시 평화로운 도시/ 우리 모두가 그걸 원하며, 그것 없인 살 수 없지 고담시티”라는 내용이다. 영웅을 필요로 하는 영화 속 고담시티와는 달리 현실의 도시에선 믿고 의지할 사람이 낯선 도시에 떨어진 이들에겐 희망일지 모른다.

자본의 도시, 시크한 트렌드의 도시의 민낯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낳은 두 얼굴이었다. 뉴욕 이민자의 숫자는 이 도시 인구의 40%에 달하고, 최저임금은 고작 8달러에 불과하는 겉모습만 화려한 도시를 이 프로그램의 멤버들도 이미 마주 했다. 둘째날은 호기롭게 열었지만, 오는 25일 방송될 예고편에선 또 한 번 험난한 앞길이 도사리고 있었다. 다만 또 다른 희망이라면 ‘Empire State Of Mind(제이-지+앨리샤 키스’를 부르며 등장한 에일리다. 이 노래는 뉴욕에 첫 발을 디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단순한 ‘뉴욕 찬양가’다. ‘꿈이 이뤄지는 콘크리트 정글 뉴욕에선 못할 게 없어. 지금 넌 뉴욕에 있으니까’라는 ‘천군만마’ 에일리와 함께 온 실낱같은 희망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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