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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세까지 보장’ 태아보험…온 국민 건강염려증에 ‘지갑 열리네’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최근 임산부 사이에서 태아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태아보험은 어린이보험과 기본적으로 동일하지만, 산모의 질병이나 기형아 출산, 저체중 신생아 출산에 따른 인큐베이터 비용 등을 보장해 주는 특약을 넣은 보험이다. 일반적으로 태아가 22개월 이하일 때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험회사들이 ‘건강 염려증’을 부추겨 산모들에게 불필요한 비용까지 부담하게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


일반적인 태아보험은 10~30년 납입에 30~100세 만기까지 납입과 보장 기간이 다양하다.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직 태아인 자녀가 노년이 될 때까지 보장이 되는 80세ㆍ100세 만기 상품이 인기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이모(34ㆍ여) 씨는 첫째, 둘째아이 모두 임신 중일 때 80세까지 보장되는 태아보험을 들었다. 지금도 달마다 20만여원씩 보험료가 나간다. 이씨는 “임신 중에 임산부 박람회에 가면 태아보험을 꼭 들라고 권유하더라”면서 “주위에 안 드는 사람이 없어서 나만 이상한 엄마 될까 봐 가입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5~10년 사이 저체중 출산이나 조산아, 선천성 이상아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태아보험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저체중아 출생률은 2009년 4.9%에서 2010년 5.0%, 2011년 5.2%, 2012년 5.3%, 2014년 5.5%로 꾸준히 늘었다. 37주 미만 조산아 발생률도 2009년에 100명당 5.7명에서 2010년 5.9명, 2011년 6.0명, 2012년 6.3명, 2013년 6.5명으로 증가했다. 선천성 이상아 발생률도 2009년 5.1%에서 2010년 5.8%, 2011년 6.8%, 2012년 7.4%로 늘었다.

이러한 증가세는 만혼(晩婚)이 늘어나며 고위험 임신도 늘고 시험관아기 등 보조생식술의 영향으로 다태아 임신도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험회사들은 임산부에게 이같은 위험요소를 부각시키며 태아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태아보험 출시 10여 년 사이에 ‘필수’가 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한편에서는 전 국민의 건강 염려증을 이용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0~30년 납입에 80~100세 만기 등 장기 가입을 권유하고, 새 상품이 나오면 중도해지하고 신규 가입을 권유하는 보험 설계사가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도해지하면 손해를 보더라도 당장 목돈이 생긴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태아와 산모 특약을 넣은 어린이보험은 ‘자동차보험 저리가라’ 할 만큼 보험료가 높은 상품인데, 자신의 필요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면서 “새로 더 좋은 상품이 나왔다는 권유에 해약하고 새로 가입하기보다 그때그때 필요한 옵션을 추가하는 방법이 좋다”고 조언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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