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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훈 기자의 극장前] 근육뿐 고뇌가 없는 마녀사냥꾼 ‘라스트 위치 헌터’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선 굵은 액션 연기를 보여준 빈 디젤이 ‘판타지 액션’에 도전했다.

마녀와 흑마술이란 오컬트 소재에 화끈한 액션을 더했으나 판타지와 액션이 따로 논다는 느낌을 지우긴 어렵다.

영화의 시작은 무려 8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 유럽, 마녀 여왕인 ‘위치 퀸’은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흑사병을 퍼트린다. 흑사병으로 아내와 딸을 잃은 ‘코울더’(빈 디젤)는 원정대와 함께 마녀를 찾아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친다. 코울더는 혈투 끝에 위치 퀸을 제압하지만 그의 눈에서 죽음에 대한 갈망을 읽은 위치 퀸은 코울더에게 영생불사의 저주를 걸게 된다.


영화의 무대는 오늘날 뉴욕으로 자리를 옮긴다. 인간과 마녀 세계는 인간에게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약속 하에 공존한다. 이 약속을 깨트린 마녀를 심판대에 세우는 게 코울더의 몫.

한편 코울더를 돕는 비밀조직인 ‘도끼십자회’의 수사 ‘돌란 36세’(마이클 케인)는 의문의 사고를 당하고 코울더는 사건의 배후를 캐던 중 위치 퀸의 부활을 감지하게 된다. 위치 퀸의 부활을 막아서는 과정에 ‘돌란 37세’(일라이저 우드)와 마녀 ‘클로이’(로즈 레슬리)가 코울더의 새 조력자로 나서고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린다.

분명 흥미로운 소재를 버무려놓았지만 만듦새가 매끄럽지는 않다. 특히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기 쉽지 않다.

영생불사를 ‘저주’라고는 했지만 코울더에게서 영생의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빼어나게 묘사된 바 있는 영생의 댓가로 치르게 되는 고독과 번민을 ‘라스트 위치 헌터’에서 공감하긴 어렵다. 코울더의 단단한 근육질 몸매는 영생의 고통마저 튕겨내버릴 것 같다. 이 영화의 카메라는 코울더의 근육을 붙잡는 데는 능하지만 그의 내면을 비추는 데는 서툴다. 또 캐릭터가 평면적이니 이야기도 힘을 잃고 만다.

다만 오락거리로서 스펙터클은 ‘돈값’을 한다. 영화 ‘라스트 위치 헌터’의 시각효과에 참여한 스태프의 수만도 430명. 무려 1000억원의 제작비가 볼거리를 위해 투입됐다. 으스스하면서도 아름다운 영화의 미장센도 매혹적이다. 폴란드의 화가이자 사진작가인 지슬라브 백진스키의 초현실주의 작품과 프랑스의 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를 참고해 만든 마녀 여왕의 본거지 등은 시선을 잡아 끈다.

그러나 볼거리로 이야기의 부실함을 덮기엔 역부족이다. 위치 퀸과 코울더의 마지막 일전은 반전을 숨기고 있지만 충격적이진 않다. 크게 관객의 예상을 뒤엎진 못한다. 배우 빈 디젤은 내내 땀내 나는 액션을 펼치지만 어쩐지 ‘헛심’을 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파티에 초대 받은 손님 같다.

영화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등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마이클 케인은 극 초반부에 쓰러진 이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 좋은 배우가 내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봐야하는 관객은 실망을 감추기 어려울 것.

15세 이상 관람가로 오는 23일 개봉한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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