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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연휴 그후①]알바ㆍ학원으로 “친척들 피하자”…‘명절피난’ 떠나는 청춘들
-친척들 질문 피해 “학원이든 알바든” 대피
-명절 이용해 일당 벌거나 취업 준비 집중
-“잔소리 듣느니 차라리 자리 피하고 싶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이모(28) 씨는 이번 설 연휴 동안 명절 단기 아르바이트까지 하기위해 집을 나왔다. 명절을 맞아 집으로 찾아오는 친척들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친척들이 집으로 찾아오다 보니 아예 마주치지 않으려고 이 씨는 새벽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결국, 친척들이 찾아오는 설 당일에 이 씨는 한 면세점 창고 정리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보냈다. 이 씨는 “친척들 잔소리와 관심을 피하려고 억지로 일을 하는 것 같아 서글프다”며 “명절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더 피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명절을 맞아 만난 친척들의 쏟아지는 질문과 과도한 관심을 피해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은 학원에서 명절을 보내거나 아예 비슷한 처지의 지인들과 함께 따로 연휴를 보내기도 했다.

취업과 학업 등으로 바쁜 청춘들에게 이번 설 연휴는 휴일이 아닌 또 다른 ‘난관’이었다. 명절을 맞아 만난 친척들의 쏟아지는 질문과 과도한 관심을 피해 청년들은 학원에서 명절을 보내거나 아예 비슷한 처지의 지인들과 함께 따로 명절 연휴를 보내기도 했다.

얼마 전 대학교 졸업 유예를 결정한 송모(26ㆍ여) 씨도 이번 명절 연휴 동안 스터디 모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은행 공채를 준비하는 송 씨는 같은 직종 취업을 준비하는 지인들과 함께 인근 스터디 카페에서 연휴 내내 공부에 집중했다. 공개채용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기도 하지만, 송 씨는 명절 인사를 하러 찾아오는 친척들도 ‘명절 피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송 씨는 “친척들이 명절 때마다 ‘취업 준비는 잘 돼가느냐’ 등의 질문을 했는데, 졸업이 가까워지니 전에는 괜찮던 질문들도 날카롭게 들린다”며 “지난 새해 첫날에도 비슷한 얘기를 듣고 짜증을 냈는데, 이번에는 아예 자리를 피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송 씨는 이번 연휴 내내 같은 처지인 취업준비생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스트레스도 풀었다. 대부분 서울에 살며 친척들이 명절 때 집으로 찾아와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였다.

어학원 등 취업준비생들이 몰리는 학원가는 이미 수년 전부터 ‘명절 대피소’를 운영 중이다. 이번 설 연휴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어학원에는 이번 설 연휴에도 토익 공부 등을 하러 온 취업준비생들로 붐볐다. 학원도 명절을 피하러 온 학원생들을 위해 간식까지 준비했다.

명절 단기 아르바이트도 청년들의 주요 대피처 중 하나다. 일감이 몰리는 탓에 시급이 높은 물류창고 등에서 연휴 동안 일하며 생활비를 버는 식이다. 이 씨도 그간 부족했던 생활비를 명절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었다. 밤까지 일이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지만, 명절을 피하러 온 청년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한 물류창고 관계자는 “명절 물류 상ㆍ하차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일이 고되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도중에 그만두는 비율도 적다”며 “오히려 일당이 높아 인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과 아르바이트생 응답자 1737명 중 이번 설 명절에도 출근해 일한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중 절반이 넘는 51.3%에 달했다. 특히 아르바이트생 중 명절에 일한다고 답한 비율은 62.5%를 기록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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