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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통위, ‘접속장애 야기’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
- “접속경로 일방 변경…이용자 이익 침해”

- 페이스북 국내서 첫 제재ㆍ약관개선도 권고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망이용료를 놓고 통신사와 갈등을 빚다가 이용자의 접속경로를 변경, 원활한 접속을 제한한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방통위는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를 심의ㆍ의결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망을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떨어뜨려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도록 한 것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된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라고 판단했다.

방통위는 또 페이스북에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토록 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업무 처리절차를 개선하라고 결정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국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한 사건”이라며 “부가통신사업자의 시장 영향력 증대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금지행위란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방통위가 지난해 5월 이번 사건에 대한 실태점검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사실조사 단계로 전환한지 7개월 만에 내려졌다.

방통위는 KT,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4사에 대한 망 접속현황, 민원 발생건수, 관련 이메일 분석, 페이스북 미국 본사와 홍콩 네트워크 담당자에 대한 출석조사, 페이스북 코리아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방통위 사실조사에 따르면, 그간 페이스북은 SK텔레콤와 LG유플러스에 대해 KT를 통해 접속하도록 하고, SK브로드밴드가 홍콩을 통해 접속하도록 했다. 그러던 지난 2016년 12월 KT와의 계약기간이 충분히 남아있는데도 구체적인 협의나 이용자 고지 없이 SK텔레콤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하도록 변경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페이스북이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홍콩ㆍ미국 등으로 우회하도록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트래픽이 홍콩으로 전환되면서 SK브로드밴드 네트워크 용량이 부족해졌고, SK브로드밴드 트래픽 중 일부가 타 국제구간으로 우회되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 접속 응답속도는 이용자가 몰리는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는 변경전보다 평균 4.5배(평균 0.029초→ 평균 0.13초)로 느려졌다.

또, LG유플러스의 무선트래픽을 해외로 우회시킨 결과, LG유플러스 무선망 응답속도도 평균 2.4배(평균 0.043초 → 평균 0.105초)로 지연됐다.

이로 인해 해당 통신사를 이용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접속이 안 되거나 동영상 재생 등 일부 서비스의 이용이 어려워졌고, 이용자 문의·불만 접수건수가 접속경로 변경 후에 크게 늘었다. 이후 페이스북은 국내에서 접속경로 변경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자 지난해 10∼11월 접속경로를 원상태로 복귀시켰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은 국내 일일 접속자 수도 1200만 명에 달하는 시장 영향력이 매우 큰 사업자인데도 시장을 단기적으로 왜곡시키고 중대한 이용자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콘텐츠 제공사업자로서 인터넷 접속 품질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없으며 ▷응답속도가 느려졌더라도 이용자가 체감할 수준은 아니며 ▷이용약관에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시했으므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소명했으나, 방통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통위는 시정명령과 별개로 페이스북의 이용약관이 “페이스북이 언제나 방해, 지연, 결함 없이 기능할 것이라 보장하지 않습니다”고 명시한 점도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고 보고 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페이스북의 목표는 이용자들에게 가급적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앞으로도 국내 통신사들과의 협력을 이어나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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