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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4주기-목포 신항 르포]구멍뚫린 선체 앞 노란 물결…“희생자 고통 보이는 듯…” 침통
-“올 때마다 마음아파도, 직접 확인하러 왔어요”
-선체는 보강 작업 후 직립 위한 지지대 설치 중
-목포 신항 앞에서는 봉사자들이 추모객 안내도

[헤럴드경제(목포)=유오상 기자] “참사 4년이 됐는데 아직도 세월호는 누워만 있고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내년 5주기 때에는 더 이상 궁금한 게 없었으면 좋겠어요.”

주말을 맞은 지난 8일 오후 2시, 전남 목포 신항에 입구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2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은 각자 시계를 보며 노란 리본이 가득 달린 차단문 앞에 서성였다. 차단문 앞 컨테이너에 있던 직원이 들어오라고 손짓하자 일제히 줄을 서기 시작했다. 세월호 선체 공개 시간이 됐다는 신호였다.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 신항 입구에는 매주 봉사자들이 자리를 지키며 추모객들에게 직접 노란 리본을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사진=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목포 신항에서 비교적 가까운 전남 해남에서 왔다는 권전호(47) 씨는 “곧 참사 4주기인데다 선체가 조만간 똑바로 세워진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왔다”며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씨는 “아내도 올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서도 이번에 함께 따라와 세월호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단체관광 일정으로 이날 목포 신항을 찾았다는 김모(55ㆍ여) 씨는 “얘기를 자주 들어서 알기는 했지만, 곳곳에 구멍이 뚫린 세월호를 보니까 이제야 당시 희생자들이 느꼈을 고통이 실감난다”며 “자칫하면 시간이 늦어 세월호를 보지 못할 뻔했는데, 여기 오기를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입구에서 간단한 신원 확인 후 출입증을 받으면 다시 50m 정도를 걸어 들어가야 한다. 제일 먼저 보이는 현장사무소를 지나치면 지난 1년 동안 세월호 내부에서 꺼낸 잔해물 더미가 뒤이어 나타난다. 잔해를 지나서야 거대한 세월호 선체는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8일, 주말을 맞아 추모객들이 목포 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차디찬 바다 속에서 3년을 견딘 세월호는 지난해 뭍으로 올라온 뒤 직립작업을 위해 상부 구조물을 모두 걷어내고 그 자리에 녹색 철판을 덧댄 상태였다. 직립 과정 중 선체가 손상될 수 있어 지난달부터는 측면에 지지대를 설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찾은 세월호 후미 부분에는 벌써 6개의 커다란 철제 지지대가 세워져 있었다. 일요일임에도 현장에는 작업자들이 투입돼 지지대 보강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크레인을 이용해 세월호 선체를 똑바로 세우기 직전 단계로 선체 아래와 측면에 지지대를 세우는 작업 중”이라며 “배가 똑바로 서면 내부 조사와 수색도 한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직립을 위한 막바지 보강 공사가 한창인 세월호 선체는 오는 5월 말께 직립 공정이 끝날 전망이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세월호는 인양 과정에서 이미 많은 부분이 손상됐다. 인양 시험 과정에서는 선수 갑판이 찢어지기도 했다. 선체 곳곳에는 에어백을 달기 위한 구멍이 뚫렸지만, 결과적으로 유실 위험만 높였다. 침몰 원인 가능성 중 하나로 지목된 차량 램프는 결국 절단됐다. 선체 뒷면에 새겨진 ‘세월호’라는 글씨는 이제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워졌다. 현장에서는 진상 규명을 위해선 더 이상의 손상을 막아야 한다며 선체 보강 공사에 집중하고 있었다. 세월호 선체의 직립 예정일은 다음 달 31일이다.

이날 세월호 선체가 거치 된 목포 신항에는 3시간 동안 100여명이 넘는 추모객이 찾아왔다. 가족단위 추모객이 가장 많았지만, 아예 대형 관광버스를 전세해 찾아온 단체 추모객도 있었다. 세월호 선체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만 일반에 공개되는데, 그나마 마지막 30분 동안은 입장이 금지된다. 현장 관계자는 “어제는 인근 학교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을 오는 등 주말마다 추모객들의 방문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체를 확인하고 돌아서는 추모객들은 길목에 놓인 내부 잔해물을 보고 다시 한 번 발걸음을 멈췄다. 화물칸에서 건져낸 대형 트럭과 작업 과정에서 제거한 상부 구조물, 기관실 주요 부품이 바닷물에 녹슨 채 추모객들의 발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날 아이와 함께 목포 신항을 찾은 윤태원(35) 씨는 “아이가 아직 세월호가 뭔지도 잘 모르지만, 꼭 보여주고 싶어서 목포 신항을 찾았다”며 “흉하게 부서진 잔해물이 늘어선 모습을 보며 많은 걸 느꼈다”고 했다.

인양된 세월호에서 분리된 선체 부품은 추모객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선체 옆에 놓여져 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참관을 마치고 나온 출구 앞 삼거리에는 10동 정도의 컨테이너가 철조망을 가득 채운 노란 리본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컨테이너 내부에는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안내소에서는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노란 리본을 직접 만들어 추모객들에게 나눠줬다. 한 봉사자는 “ 추모객들이 오는 주말이라 리본을 만들어 건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래도 추모객들이 꾸준하게 찾아와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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