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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세등등’ 엘리엇…현대차 압박 거세지나
- 엘리엇,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중단’ 1차 목표 달성
- 이익 극대화 위해 개선안에도 ‘몽니’ 가능성 낮지 않아
- “투기자본 놀이터 신세 피하려면 기업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해야”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외국 투기자본의 공세에 지배구조 개편안이 좌초되며 이를 보완키로 했지만, 업계 안팎에선 외려 외국계 자본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 실현이 목표인 이들을 현대차그룹이 만족시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현대차그룹 본사]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당초 현대차그룹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간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초과보유 현금 축소를 통한 수익성 개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ㆍ현대글로비스 주식에 대한 적정가치 검토 및 자산화 ▷자사주 소각 ▷현대ㆍ기아차 및 현대모비스 배당성향 각각 40~50%로 상향 ▷다국적 회사 운영 경험이 있는 3명의 독립적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했다.

핵심은 주가 차익 및 배당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특히 배당성향의 경우 지난 3년의 평균 수준인 20%를 훌쩍 뛰어넘는 40~50%까지 상향조정할 것을 요구했고, 배당도 현대차 8조원(특별배당 6조원, 기말배당 2조원), 현대모비스 7조원(특별배당 6조원, 기말배당 1조원) 이상을 요구했다.

지난해 현대차가 배당한 1조800억원, 현대모비스의 배당총액 3207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일단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ㆍ개선하겠다고 물러서며 1차 목표를 달성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개편안을 마련할 때까진 엘리엇이 사태를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중단이 다양한 조건 가운데 하나였던 만큼 현재로선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합병비율 문제를 다소 조정한 안을 내놓더라도 외국계 투기자본이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엘리엇의 요구를 전부 수용할 이유도 없지만, 무엇보다 지주사 전환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든 안이다. 지주사 전환 시 금산분리규제로 현대캐피탈ㆍ현대카드ㆍHMC 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그룹에서 분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대차는 금융계열사를 통해 고객들에게 파격적인 ‘자동차 할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GMㆍ도요타 등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추후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해 발표하더라도 엘리엇이 다시금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선 차등의결권 제도, 포이즌필 등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이 고작 1.4%라고 생각했는데, 그 지분에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개편안을 철회했다”면서 “국내 자본 시장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방어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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