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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우석 감독이 남북 정상에 띄우는 편지]To 문대통령 : 지금 ‘한국 영화산업’이 너무 힘겹습니다To 김위원장 : 공자왈 정치는 결국 ‘民信’이라 했습니다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에서 남북이 역경을 헤쳐낸 뒤 극적으로 통일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과 북이 모두 조금씩 양보하면서 ‘베스트’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암시했다. 그런 그가 남북 정상들을 향해 간절히 전하고픈 메시지가 없지 않았을 터. 남북관계의 해빙이 오기 전 예언자처럼 북한 핵위기의 해법을 영화로 전달했던 양우석 감독은 막상 편지지가 자신의 앞에 놓여지자 남과 북의 정상들에게 전혀 다른 성격의 이야기들을 간결하게 내놨다.

▶To 문재인 대통령=대통령님. 감사합니다. 판문점의 역사적 이벤트를 감격 속에서 기쁜 마음으로 바라봤던 국민 중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지면을 빌어서는 대통령님께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것 역시 죽고 사는 문제입니다.

지금 한국의 영화산업은 정말 어려운 지경에 있습니다.

한 번 흥행에 실패하면 그것으로 영화 감독으로서의 인생은 끝입니다. 더 이상 투자를 받지 못합니다.

감독으로서는 흥행에 성공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하지만 영화산업이 어렵다 보니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들이 점점 줄고 투자자들은 점점 투자를 꺼리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영화계 종사자의 희생이 줄줄이 뒤따릅니다.

지금 한국의 영화, 음악 등 컨텐츠 산업은 내수 시장으로는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해 미국, 중국, 동남아, 남미 등 전 세계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영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영원히 갈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중국이 이미 어마어마한 자본을 바탕으로 컨텐츠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세계 속 우리의 위치를 노리고 있습니다.

한 번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해 집중 투자해야 할 때입니다.

▶To 김정은 위원장=김정은 위원장님.

논어 안연편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공자는 “먹을 것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병사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民信)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자공이 다시 묻기를 “그 중 하나를 빼자면 무엇을 빼야합니까”라고 하자 공자는 “족병(足兵)을 빼겠다”고 했습니다.

자공이 다시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족식(足食)을 빼겠다”고 하였습니다.

위원장님께 자공의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하실지 궁금합니다.

부디 좋은 정치를 하시길 바랍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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