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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퀴어축제 그 후] 성소수자 “커밍아웃했지만 가족들에겐 아직…”
이날 행사에 참여한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들의 모습. [제공=성소수자부모모임]

-20대 성소수자 70% ‘부모에 말 못해’
-소수자들 “가족 떠올리면 죄스럽기도…”
-소수자 외면 문화, 법ㆍ제도에도 반영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20대 동성애자 L 씨는 가족에게는 아직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 주위 친한 친구들에게는 학창시절 이미 커밍아웃을 했지만, 가족에게 알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스스로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내 정체성은) 당연한 것이고 자랑스럽지만, 보수적인 가정 탓인지 쉽게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외면받는 성소수자들에게 가족은 아직까지 진심을 털어놓기 어려운 대상이다.

‘서울대 아동가족학전공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성소수자가 지각하는 부모 지지도가 심리적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 등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로 참여한 20대 성소수자 103명의 68.9%는 ‘부모가 자신의 성적지향을 모른다’고 응답했다. ‘어머니만이 (성소수자임을) 안다’는 응답은 전체의 19.4%에 달했고, 이어 ‘두 분 다 안다’는 응답이 10.5%, ‘아버지만 안다’는 응답은 1.0%였다.

이는 소수자들 스스로가 부모에게 성적지향을 밝히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성소수자 9명의 심층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자신의 부모가 ‘강하게 거부’하거나 ‘교화하려 들거나’, ‘문제를 회피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14일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만난 성소수자들도 이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던 소수자들도 가족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면 표정이 굳는다. 크로스드레서 A 씨는 “처음에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죄스러운 감정이 들었다”면서 “부모님께 말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돌아올 답변을 생각하면 무섭다. 이런 생각은 스스로 위축되는 원인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L 씨도 “(소수자들은) 용기를 내서 털어놓는데, 여기에 대해 거부반응이 오면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같은 인식은 사회 제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아직 한국 사회는 법적, 제도적인 부분에서 소수자에 대해 차별적이고, 동성결혼과 관계된 것은 폐쇄적이다.

행사에서 부스를 마련한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는 “성소수자 권리보장을 위한 기본법 제정과 성소수자 권리보장을 위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면서 “아울러 연대의 의미로 (퀴어문화제 내에)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류민지 성적지향ㆍ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소속의 한 변호사도 “혼인자에 대해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동성결혼자들은 이같은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같은날 행사에서는 성소수자 가족을 둔 부모모임의 회원들이 축제에 나와 성소수자들을 껴안아주는 ‘프리허그’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한 부모는 “(우리는) 성적지향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며 “여러분의 지금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고 전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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