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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무차입 방지’도 안 되고 ‘정보 활용’도 꽉 막힌 공매도
“코스닥 활성화한다고 개인투자자 끌어들이면 뭐합니까. 공매도는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면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공매도를 폐지하라”며 목소리를 키운다.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이다. “금융당국이 이를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개인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날선 비판을 쏟아낸다.

사실 ‘공매도 폐지’가 가능할 것 같진 않다.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한 다양한 투자상품들의 판이 커지면서 유동성 확보 중요성이 커지는 데다, 전세계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하고 이들의 자유로운 운용을 가능케 하기 위해선 공매도 제도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매도 폐지’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바람을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금융당국과 투자업계가 개인들을 동등한 투자자로 대하지 않고 소외시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서다.

금융당국은 과거부터 ‘무차입 방지’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를 하는 기관투자자가 증권사에게 주식을 차입했다고 ‘통보’만 하면, 증권사는 실제 차입 여부를 따져보지 않고 공매도를 중개해줘도 현행 규정상 문제될 게 없기 때문이다. ‘통보’는 크게 2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우선 ‘주문전용선(Direct Market AccessㆍDMA)’를 통한 거래이다. DMA는 쉽게 말해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를 위해 사용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같은 것이다. 공매도를 내려는 측은 개인투자자가 HTS를 통해 주문을 낼 때처럼, DMA를 통해 공매도 종목과 수량을 기입하고, 여기에 추가로 ‘주식 차입 여부와 해당 물량’을 표시해서 거래소로 매매주문을 바로 낸다. 그런데 DMA를 통해 ‘주식 차입’이 표시되면, 증권사가 주식에 대한 차입을 확인하지 않고 공매도를 중개해줘도 규정상 문제가 없다.

DMA를 통하지 않고, 메신저 등을 통해 ‘주식 차입’ 여부를 통보하고 공매도를 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때도 공매도 주문을 중개하는 증권사가 통보받은 차입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의무는 규정돼 있지 않다. DMA를 통하든 통하지 않든, 현재의 ‘통보’ 방식에선 공매도 주문을 낸 측의 실제 차입 여부를 증권사가 확인하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선 공매도 주문을 낸 운용사가 ‘고객’”이라며 “기존의 규정하에서, 증권사가 운용사더러 ‘당신들 진짜로 차입했어요?’라고 적극적으로 물을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뒤늦게야 이를 인지한 뒤 중개 증권사가 ‘차입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화된 제재를 받도록 하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 대책에 대해 미봉책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차입을 방지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실시간으로 주식 차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만드는 것인데, 공매도 거래를 바라보는 각국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시스템적으로 ‘무차입 방지’가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니, 차선책으로 중개 증권사에 강하게 책임을 물으려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차입 공매도’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지 않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정보마저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포털’ 사이트를 통해 공매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포털에 있는 공매도 빅데이터를 한 개인투자자가 재가공해 공유하려 하면 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거래소가 공매도 포털 정보의 저작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투자자는 “공매도 자료는 공공의 자료인데, 한국거래소가 독점하는 게 말이 되냐“며 “개인투자자들은 평소에 기관들이 거래하는 공매도 정보에 아예 접근조차 못하는데, 공개됐다는 정보마저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불만을 토했다.

국내에서 공매도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지 22년이다. 강산이 두번 변할 시기다. 그 기간동안 ‘무차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하고 문제를 애써 외면한 금융당국이 이제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접근을 벗어던지고, 그동안 보호받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이 더 이상 소외되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하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길 기대해본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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