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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 스토리] “아이들 추억과 함께할 영원한 ‘지니언니’로 남는게 소원”
‘지니언니’ 강혜진(30) 씨가 서울 구로동의 스튜디오에서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op.com
구독자 100만명 키즈전문 유튜브 ‘헤이지니’ 크리에이터 강혜진
일일 리포터 등 다양한 알바는 지금의 자양분
드레스·소품 직접 발품도


‘초통령’, ‘원조 장난감 언니’, ‘연수입 20억’…. 유튜버 크리에이터 ‘헤이지니’ 강혜진(30) 씨에게 붙는 수식어다.

유튜브에서 ‘헤이지니’로 활동하고 있는 강 씨는 키즈 전문 크리에이터다. 지난해 5월부터 유튜브에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헤이지니’ 채널을 운영하는 강 씨는 1년 2개월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모았다. 키즈 전문 크리에이터 중에서 최초의 기록이다. 헤이지니에 올라온 영상 454개의 총 조회 수만 17일 기준 4억1700만에 달한다. 강 씨는 지난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의해 30세 이하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음달엔 2018 대한민국브랜드대상에서 개인에게 주어지는 ‘앙트러프러너십’(Prize of Entrepreneurship)을 수상할 예정이다.

강 씨는 장난감 놀이, 복불복 음식 게임 등부터 어린이 직업체험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솜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만들면서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파트너인 ‘럭키 강이’와 수영장에서 대변 모양의 장난감을 건지면서 망가지는 모습도 개의치 않는다.

서울 구로동의 스튜디오에서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공주증’을 만들고 있던 강 씨를 만났다.

▶ “내가 재밌어야 아이들도 좋아해”=아이들로부터 사랑받는 비결로 강 씨는 ‘재미’를 꼽았다. 자신이 재밌어야 아이들도 재미있어 한다는 생각이다. 강 씨는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영상을 만들려고 한다. 내가 재미를 느낄 주제를 골라 촬영해야 진솔하고 재밌는 영상이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로부터 ‘다른 크리에이터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연기를 하는데 지니언니는 연기를 하지 않고 즐기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영상에서 나오는 공주풍의 촬영 의상과 아기자기한 소품도 모두 강 씨가 새벽에 동대문 시장을 돌며 직접 구한 것들이다. 평소에 공주 의상을 좋아한 덕분에 의상과 소품 준비는 강 씨에게 업무가 아닌 취미 생활의 일부가 됐다. 평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장난감 매장이나 소품샵을 다니며 아기자기한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이다.

강 씨는 “이 일의 가장 큰 장점이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 의상이나 레이스 옷을 여한 없이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니언니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공주처럼 맘껏 입고 다닐 수 있다”며 “누군가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환갑 때까지 공주 옷을 입고 손주들과 놀아주는 것”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촬영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강 씨의 기본 철학이다. 컨디션 관리는 아이들을 위해서다. 조금이라도 목소리 톤이 낮거나 얼굴이 창백하면 아이들이 걱정한다는 것이 강 씨의 설명이다. 충분한 수면은 물론,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것이 철칙이다.

“목소리 톤이 조금이라도 낮으면 ‘어디 아프냐’는 댓글이 많이 올라온다”며 “최대한 밝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수면을 충분히 취하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아이디어나 소재거리가 가장 중요한데 잠을 많이 자야 아이디어도 잘 떠오른다”고 강조했다. 

▶배우 지망생에서 크리에이터로
=강 씨는 어린 시절 안 해본 예체능 활동이 없다. 어릴 때부터 워낙 활발한데다 호기심까지 많아 합창단, 무용단은 물론, 판소리까지 배우는 등 예체능 활동을 모두 섭렵했다. 고등학교 때 배우라는 꿈을 품고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에 진학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강 씨는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내가 뭘 잘하는 지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행사 진행, 피팅 모델, 일일 리포터 등 다양한 알바를 해봤다. 그 모든 경험이 지금 하는 일의 자양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씨는 대학 졸업 직후 취직한 한 콘텐츠 회사에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처음 접했다. 장난감 리뷰 콘텐츠인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에서 손으로 장난감 놀이를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준 것. 강 씨는 밝은 표정과 친절한 목소리를 무기로 금새 아이들 사이에서 ‘캐리 언니’로 유명해졌다. 그는 “당시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워낙 알려져 있지 않아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장난감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한 덕에 즐겁게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캐리 언니로 영유아 팬덤을 형성한 강 씨는 이후 유튜브에서 헤이지니 채널을 개설해 ‘지니언니’로 이름을 바꿨다. 사라진 캐리 언니를 찾으며 울던 아이들은 강 씨를 따라 캐리 언니가 아닌 지니언니를 찾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강 씨의 팬덤 효과였다. 그는 “캐리언니가 사라져 아이들이 울고불고 난리 났다는 소식을 듣고선 맘이 아팠다”며 “개인적인 이유로 활동 이름과 채널을 바꾸게 됐는데 아이들이 상처받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했다”고 말했다.

헤이지니 채널로 더 큰 인기를 모은 강 씨는 영상에 이어 지난 4월부터 전국 17개 도시에서 뮤지컬 ‘헤이지니&럭키강이’ 공연까지 진행하고 있다. 함께 뮤지컬을 하는 럭키강이는 다름아닌 강 씨의 친오빠인 강민석(31) 씨다.

강 씨는 “대부분의 행사가 서울에서 진행되다보니 ‘지방에도 팬이 많은데 왜 안 오냐’며 서운함을 나타내는 팬들이 많았다”며 “최대한 많은 아이들을 만나 직접 눈도 마주치며 얘기하고 싶어서 뮤지컬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먹던 사탕·쓰던 색연필 선물 받는 지니언니=100만 이상의 팬을 거느리는 만큼 선물도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쓴 손편지가 대부분이다. 강 씨는 아이들이 보내준 편지는 절대 버리지 않는다.

강 씨는 “아이들이 보내준 선물은 음식 빼고는 모두 보관하고 있다”며 “삐뚤빼뚤 쓴 편지로 아이들의 순수함을 느끼면 아이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삶을 마칠 때 즈음 아이들의 편지를 보면 ‘내가 헛되게 살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 씨는 편지는 물론, 아이들이 먹던 사탕이나 쓰던 색연필도 종종 선물로 받는다. 이는 아이들의 순수함에서 비롯된 선물이라는 것이 강 씨의 설명이다. 강 씨는 “아이가 맛있는 걸 나눠주고 싶은 맘에 먹던 사탕을 보내고, 아끼던 색연필을 나눠주는 경우”라며 “아이들의 순수함에 가끔씩 울컥할 때가 있다. 내가 아이들 덕분에 순수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강 씨의 헤이지니 채널 영상에선 악플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영상 채널과 달리 대부분 ‘예쁘다’, ‘사랑한다’ 등의 선플이 주를 이룬다. 다른 크리에이터들이 놀랠 정도다. 이는 영유아 팬에 그치지 않는다. 어머니들의 사랑은 강 씨의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강 씨는 “우울증으로 아이를 거의 방치했다는 한 어머니가 ‘헤이지니 영상을 보고 똑같이 아이와 놀아줬더니 아이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느낀 보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어머니들로부터 ‘인기 많아서 좋겠다’라는 말을 많이 듣곤 했는데,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을 독차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복 받은 것인지 이제야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씨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소아 환자를 위해 아이 이름을 부르는 오디오 파일을 직접 보내주기도 했다. 의식이 없는 아이가 지니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깰 것 같다는 부모의 간절한 부탁이었다.

그는 “뭔가 거창한 것을 이루려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고 그저 아이와 장난감이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아픈 친구들을 만나면서 ‘내가 대체 뭐라고 나의 한마디에 이렇게 고마워할까’라는 충격에 빠졌다”며 “아이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추억 덕분에 어떤 일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게 됐고 지니언니로서 단단해지고 있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강 씨의 팬 연령층이 영유아에서 성인까지 넓혀지면서 강 씨는 연말에 성인 팬미팅을 열 계획이다. 지니언니를 만나고 싶은데 아이들뿐인 팬미팅 현장에 가기 부끄럽다는 성인 팬들의 요청에서다. 강 씨는 향후 키즈카페를 열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도 세웠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정기적인 공연과 장난감 자선바자회 등을 열어 아이들을 더욱 자주 만나기 위해서다.

지니언니 사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지만 강 씨의 소원은 단 하나다. 평생 지니언니로 남는 것이다.

“누군가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뽀미 언니’를 기억하듯이 나도 누군가의 어린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지니언니’로 남고 싶다”며 “그렇게 기억해준다면 내가 의미있는 일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현정 기자/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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