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이대형 현대자동차 아트랩 팀장이 ‘예술적 상상력이 인류에 끼친 영향’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4차 산업혁명 시기엔 다른 분야와 협력할 수 있는 열린 곳에 있어야”
-새로운 이야기 만들어내는 큐레이터…과거에서 미래 읽는 상상력 중요"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에 서라.’

이대형 현대자동차 아트랩 팀장이 예술적 상상력을 위해선 남들과 다른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14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18’에서 ‘예술적 상상력이 인류에 끼친 영향’이라는 주제로 강단에 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남들이 모두 가려고 하는 중심이 아닌 다른 자리에 서야만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과 예술, 인간을 융복합하는 게 화두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다른 분야와도 소통할 수 있는 가장자리가 예술적 상상력의원천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100년 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야코비스 헨리퀴스 반트 호프의 예를 들어, 반트 호프 박사는 실험실에 있는 시간 외에는 그림이나 미술을 감상하곤 했다며, “노벨과학상을 탄 93%의 연구자들의 취미가 예술이었다는 연구결과가 증명하듯, 기술과 과학, 예술 등 서로 양극단에 있는 분야가 가지는 이러한 ‘간극’이 창의성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큐레이터가 된 계기를 밝히며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할아버지와 토끼 사냥을 갔다. 토끼를 잡겠다고 활을 챙긴 나와 달리 할아버지는 토끼의 발자국을 살폈다. 할아버지는 토끼의 과거를 통해 앞으로 토끼가 어디로 갈 지 상상한 것이다.”

그는 그 일로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과거의 흔적 속에서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술가는 콘텐츠(content)를 만드는 것이고 큐레이터는 맥락(context)를 읽는 것인 것 같다. 수평적으로 잘랐을 때 생기는 지정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읽어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AI 로봇 등 신기술이 지배하는 21세기엔 로봇이 아닌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연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로봇은 이미 사고와 행동 분야에는 인간을 넘어서고 있지만 감정(feel) 단계는 다르다”라면서 “이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느끼는가에 집중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 예술감독을 맡았던 그는 그곳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함께 나눴다. 그는 베니스비엔날레가 개최되는 동안 한편에서는 베니스의 자연이 훼손되는 점을 보고 ‘세이브 베니스’(save Venice)라는 잡지를 만들었다.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10달러씩 모금해 1만 유로를 모금해 베니스의 침수 피해 장비를 교체하는데 힘을 보탰다.

당시 한국관에 전시된 ‘고유시: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한다고 해도’가 만들어진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다. 그는 1200명을 대상으로 ‘내일 가족과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선 오늘 몇 시간 일해야 하는가’를 물었다. 누군가는 한끼의 식사를 위해 하루의 5분만 일해도 가능했고, 누군가는 10시간을 일해야 했다. 이러한 사회의 진상을 668개의 시계의 초침과 분침에 담아냈다. 5분만 일해야 하는 사람의 시계는 느리게, 10시간을 일해야 하는 사람의 시계는 빠르게 작동시켰다. 부정확한 시계에 모두가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녹여낸 것이다.

“함께 작업한 연구원이나 박사님들에게 제 각각의 속도로 돌아가는 시계는 가장 부정확한 시간으로 비춰졌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장 부정확한 시간이 삶의 현장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개인의 삶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그게 우리의 과학, 철학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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