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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천만 영화를 해부하다, 그 세번째 책 ‘택시운전사’
-한국미디어문화학회 엮음ㆍ영화평론 분야
-“80년 광주는 현재 우리에 무엇일까” 물음
-내부자들ㆍ밀정 이은 세번째 평론 시리즈
-유봉근 회장 “책 통해 생산적 논쟁 이어지길”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광주, 2018년 현재의 우리에겐 무엇일까.”
이런 물음을 던지는 책이 나왔다. 지난 2017년 8월 2일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평론을 통해서다.

한국미디어문화학회가 최근 내놓은 영화 비평, <천만 영화를 해부하다> 평론시리즈3-택시운전사(출판사 연극과 인간)는 오늘날 우리에게 ‘1980년 광주’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한다.

광주의 색깔은 아직도 다양하다. 80년 광주는 누구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일 것이고, 누구에겐 비겁한 자화상일 것이고, 누구에겐 통한의 처절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에겐 기억이 가물가물한 한 사건 쯤으로 치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해관계자에 따라 그렇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아둥바둥 하루를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쉽게 잊혀지는 게 많다. 그 중 하나가 ‘광주’라면, 옳고그름을 떠나 그 본질적 기억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영화 평론의 주내용이다.

“우리가 시방 뭔 잘못을 혀 갔고 이라고
당하고 있는 거시 아니랑게요.
나도 모르겄어라. 우덜도 우덜한테 왜 그러는지.” <영화 ‘택시운전사’ 중에서>

영화 속의 이 대사는 광주가 대중에게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일 것이다. 광주가 왜 그렇게 절망을 토해야 했는지, 처절한 피의 생채기를 내야 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광주에 있는 사람도, 광주 밖에 있는 사람도 그 근원적 물음에는 정말 무지했다.

다행히 37년만에 영화로 부활한 ‘광주’ 앞에서 사람들은 울었다. 정말 많이 울었다. 1218만6684명의 관객을 기록한 메가톤급 영화는 광주를 막연히 알던 사람들까지 스크린 앞으로 집결시키며 큰 화두를 던졌다.

사실 부담이 전혀 없는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광주 시민의 민주화운동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1980년 당시 권력은 시민들과의 불화와 충돌에 관한 정보가 전해지지 않도록 금지하고 제한하고 통제하는 빗장을 곳곳에 걸어놓았다. 그런 장애물을 넘고자 먼저 예술가들이 용기를 내었다. 시와 소설, 회화와 사진, 무용과 음악, 연극과 영화, 뮤지컬 등으로 광주 항쟁의 담론은 확산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재생산되고 있다. 그렇게 광주 이야기는 누군가의 용기로 끊임없이 전해지다가, 마침내 영화로 재탄생된 것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택시운전사>는 시각미디어의 효과와 위력을 과시하며 천만관객의 고지를 거뜬히 넘었다.

유봉근 한국미디어문화학회 회장은 “하지만 우리는 관객의 숫자를 근거로 영화의 성공과 가치를 판단하는 우(遇)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80년 광주는 상업적인 영화 관객 숫자 이상의 본질적인 함의가 존재하고, 그 함의를 객관적이고 실체적으로 파헤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유 회장이 “우리 학회와 필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정치적 민주화의 소망이 예술 민주화에 대한 갈망과 어우러져 생산적인 논쟁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 이유다.

그러니 이 책은 정치적 색깔도 없고, 이념적 색채도 없다. 그냥 광주에 대한 필진들의 개인적인 기억과 이미지를 통해 오늘날 ‘광주 아이콘’이 주는 상징성을 독자들에게 그냥 전달할 뿐이다. 광주에 대한 기억, 광주에 대한 감정의 편린은 그러니 어디까지나 독자들의 몫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 책은 한국미디어문화학회가 한국 미디어 문화의 현 지형을 살피기 위해 월례 모임을 통해 공동 연구된 ‘천만 영화를 해부하다’ 평론 시리즈로 3번째 나온 것이다. 앞서 학회는 1, 2호로 <내부자들(우민호, 2015)>, <밀정(김지운, 2016)> 평론을 낸 바 있다.

영화가 천만 이상 관객 숫자를 기록한 것을 보면, 관객의 자기몰입은 극대화됐다고 볼 수 있다.
“김사복은 독일인 기자를 데려간 택시운전사이기도 하지만 광주에 대해 눈을 감고 귀를 막았던 영화의 관객,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그 인물이 갑작스럽게 과거의 광주로 여행을 떠나 그 참혹한 현실을 체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광주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관객 스스로는 꿈같은 영화 속에서 택시운전사로 전이되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김사복과 영화의 관객은 연두색 택시를 운전하는 노란색의 인물로 응축되어 있다”<‘광주로 돌아간〈택시운전사>와 우리들’ 중에서(김무규)>는 시각은 그래서 나왔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 류준열은 “1980년 5월 광주를 지킨 사람들과 광주의 진실을 알린 사람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그날의 숭고한 가치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영화 택시운전사로 기억되길 바랍니다”고 추천사를 보내왔다.

그렇다. 그의 말대로 광주의 숭고한 가치를 되새기고, 다시는 이런 아픔의 반복을 경계하는 것. 그 하나만으로 영화 해부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아마 광주의 화두는 금방 말끔하게 정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줄기차기 “우리에게 80년 광주는 어떤 의미일까”하는 물음이 던져질 것이다.
그때 그때 뭘 말할 수 있을지, 그건 영화 관객과 책 독자의 몫일 것이다.

집필진은 박정희(상명대학교 글로벌지역학부 독일어권지역학 전공 부교수), 조수진(한양대ㆍ덕성여대 출강), 김영상(헤럴드경제 소비자경제섹션 에디터), 정지욱(영화평론가ㆍ일본 Re:WORKS 서울사무소 편집장), 김무규(부경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형래(한국외대 독일어과 교수), 유봉근(한국미디어문화학회 회장), 이주연(이스라엘의 히브리 대학 아시아학과 조교수), 서송석(한국외국어대ㆍ단국대 출강), 안성호(숭의여자대학교 영상제작과 겸임교수), 이경희(이화여자대학교 호크마교양대학 부교수), 최영희(고려대ㆍ한국항공대ㆍ덕성여대 등 출강) 등으로 꾸며졌다.

책 제목은 <천만 영화를 해부하다> 평론시리즈3 택시운전사, 한국미디어문화학회 엮음. 출판사는 연극과 인간. 영화평론 분야. 발행일 2018년 9월 11일. 224쪽. 1만2000원.

▶한국미디어문화학회는=한국미디어문화학회는 21세기 미디어 문화의 성격과 트렌드를 학술적으로 분석하고 발표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미디어, 문화에 관한 학술서와 번역서 시리즈를 기획 중이다. 이와 함께 한국 미디어 문화의 현 지형을 살피기 위해 월례 모임을 통해 공동 연구된 ‘천만 영화를 해부하다’ 평론 시리즈를 계속해서 출간할 예정이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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