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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위탁 주식운용 ‘밑진장사’
그래픽=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투자위험 분산 수십조 맡겨
12분기 연속 BM수익 밑돌아
직접운용 국내주식보다 저조
수수료만 연간 1000억원 육박


국민연금이 외부 민간 자산운용사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동시에 투자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위탁한 수십조원의 자금이 지난 2015년 3분기 이후 12개 분기 연속 벤치마크(BM) 수익률을 밑도는 부진한 성과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운용사에 맡기지 않은 채 보수적인 투자 전략으로 직접 운용한 자금이 6개 분기 연속 BM을 상회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고도 그 효과를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시 갑, 민주평화당)이 국민연금공단에 요구해 제출받은 자료 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주식 부문에서 위탁운용사가 기록한 수익률은 지난 2015년 2분기 이후 지난 2분기까지 매 분기 BM 수익률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BM이란 국민연금이 자산을 운용하면서 설정한 일종의 목표치로, 운용역의 성과는 단순 절대수익률이 아닌 BM을 얼마나 초과 달성했는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위탁운용은 코스피지수와 코스닥100(배당포함)을 BM으로 좇고 있는데, 위탁운용사들의 성과는 이 두 지수의 성과를 최근 3년동안 한 번도 웃돌지 못한 셈이다.

반면 국민연금 내 운용역이 직접 운용한 국내주식의 성과는 최근 6개분기 모두 BM을 초과 달성했다. 사실 올해 1ㆍ2분기에는 직접 운용한 국내주식 부문은 각각 -1.1%, -5.6%의 수익률을 기록, 절대적인 수익으로는 위탁 운용한 국내주식 부문의 성과보다 저조했다. 그러나 코스피 및 코스닥100지수를 BM으로 좇고 있는 위탁운용과 달리 직접운용은 코스피200을 BM으로 설정하고 있고, BM 대비 초과성과 여부만 따지면 오히려 직접운용 부문은 시장 평균(1분기 -1.8%, 2분기 -6.2%)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위탁운용사들이 시장 평균보다도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 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부문 위탁운용을 위해 지불한 자금은 113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주식 위탁운용 자금 규모가 기존 40조원대에서 60조원으로 크게 늘어나긴 했지만, 최근 5년 평균 수수료를 살펴봐도 963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위탁운용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전 세계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국민연금의 자금을 감당할 만큼 역량 있는 운용사들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민연금기금 운용규정’에 따르면 위탁운용사별로 배분하는 자금규모는 기금의 위탁운용 자산총액의 10%를 초과할 수 없다.

그 결과 3조원 이상 기금을 위탁받은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신영자산운용 등 3곳에 그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위탁해야 하라 기금 규모는 굉장히 큰 반면, 이를 맡길만 한 역량 있는 운용사는 금융선진국 대비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한 운용사에 맡길 수 있는 기금 비중도 제한돼 있는만큼 운용역량이 시장 평균수준인 운용사들에게도 자금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주식운용을 위탁받은 운용사는 총 34곳에 달했는데, 이번 2분기까지 1개사만 위탁기금을 회수당하고 나머지 33곳은 그대로 기금을 위탁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 스스로도 최근 2년 연말 성과분석 보고서에 “운용사 선정효과, 위탁운용사들의 종목선택 효과가 초과수익 창출에 음(-)의 기여를 하고 있다”는 분석을 담았지만, 아직까진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최준선 기자/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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