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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죄추정 규탄”vs“피해자 2차 가해”…‘곰탕집 성추행’ 둘로 나뉜 혜화역
[27일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열린 당당위 시위 현장. 오후 2시 기준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27일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열린 남함페 시위 현장. 오후 4시 기준 40여명이 참석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남성 주도한 첫 젠더이슈 집회…예상보다 적은 규모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곰탕집 성추행 판결’을 둘러싼 상반된 목소리가 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맞붙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는 이날 오후 1시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1차 사법부 유죄추정 규탄시위’를 열었다. 당당위는 이번 사건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사법부가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발언에 나선 당당위 카페를 운영자 김재준(27) 씨는 “2016년 박진성 시인은 미성년자인 자신에게 성폭행을 했다는 트윗으로 36시간 만에 성범죄자로 낙인 찍혔지만 무죄였다”며 “벌금 30만원만 각오하면 누구든 범죄자로 낙인 찍고 매장시켜 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기획 총괄을 맡은 문성호(28) 씨는 “나를 방어하는 것이 2차 가해라면 고소 당하는 순간 그대로 아웃이라는 것”이라며 이번 시위는 2차 가해가 아니라고 호소했다. 문 씨는 이어 “제가 두려워하는 그 일이 누구의 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암담하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200m 남짓 떨어진 혜화역 1번 출구 앞에서 당당위의 집회에 항의하는 뜻에서 ‘남성과 함께 하는 페미니즘’(남함페)이 맞불 집회에 나섰다. 남함페는 남성들이 중심이 돼 결성한 페미니즘 소모임이다. 현재 회원 중 3분의 2가 남성이다.

남함페 측은 “엉덩이를 만지는 성추행 순간이 폐쇄회로(CC)TV에 잡히지 않았으므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당당위의 주장을 비판하며, “자유심증주의를 택한 한국 형사소송법상으론 정황증거와 직접증거의 위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피해자의 진술이 CCTV 영상증거와 상통하는 정황을 보였고 이에 따라 합당하게 유죄판결이 났다는 주장이다.

이날 자유발언에 나선 한 참가자는 “당당위는 사법판결을 감성팔이, 눈물팔이라고 하면서 2차 가해는 아니라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처음 당당위가 생겼을 때 기본 취지에 동의한 제 자신이 창피하다”며 “피해자에게 증거부터 대라는 주장은 CCTV가 없는 곳에선 증거를 대기 어려운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집회는 당당위에 맞선 시위로 기획 됐지만 양측 집회 모두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 참가했다. 앞서 두 단체 간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일었으나 100m 이상 떨어진 위치에서 충돌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김모(22) 씨는 “생각보다 두 집회 모두 인원이 적은 것을 보면 아직까지 남성들이 젠더 문제를 주제로 거리로 나올만한 동인이 부족하다는 증거”라며 “그럼에도 남성들이 당당위가 아닌 성평등 진영에서 집회하고 있음을 보여준 데 이번 집회의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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