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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빛 바랜 최단기 수출 5000억 달러 돌파 기록
29일 연간 누적 수출액이 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최단 기록이다. 작년에는 11월 17일 수출 5000억 달러 선을 넘었다. 올해 20여일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고용 악화, 제조업 및 자영업자 붕괴, 주가지수 2000선 붕괴 등으로 최악을 향해 치닫는 먹구를 경제에 이만한 청량제이자 희소식도 없다. 그럼에도 마냥 즐거워하며 자축하기 힘든 분위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수출이 이만큼 버텨줘서 다행이란 수준에 머물고 만다.

올해의 수출 호조세는 기업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많이 팔고 품목을 다변화한 덕분이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높은 가격의 컴퓨터 부품인 차세대 저장장치(SSD)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했고 디스플레이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출도 12.5% 늘었다. 아울러 전기차,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 수출도 14.6% 늘어 전체 수출 증가율(4.7%)을 넘어섰다.

이들 품목의 공통점은 대부분 제조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을 이뤘다는 점이다. 그래서 추가 고용없이 가동률을 조금만 높여도 수요 증가에 즉시 대응할 수 있었다. 여기에다 1140원에 달하는 환율 상승의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 품목의 수출 기업들은 최저인금의 대폭적인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원가부담을 환율 상승과 생산성 혁신으로 상쇄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걸 해내지 못한 그외 주력 산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대형 조선사들은 지난해부터 수주 절벽에서 벗어나고는 있지만 정점이던 10여년 전에 비하면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얼마전에야 단협을 끝낸 자동차업계의 대미 수출은 16%나 줄었다.

사례는 해외에도 있다. 2009년 대규모 리콜로 위기에 빠졌던 도요타자동차는 기타규슈 지방의 낮은 임금 투자유인책을 받아들여 그 지역에 공장을 새로 지었다. 경쟁력 회복의 동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연비 속임수로 곤욕을 치르는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남들보다 20%나 임금을 깍고도 주 3시간을 더 일하며 회생의 계기를 찾으려 안간힘이다.

수출이 경제의 효자 노릇을 하려면 생산성 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동차업계 평균 임금의 절반만 받고 지자체가 교육 육아 등 편의시설 지원으로 소득을 보완해 주겠다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4년째 지지부진이다. 성공할 줄 알면서도 시행하지 못한다. 최단기 수출 5000억 달러 돌파 기록에 빛이 바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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