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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서울시는 여의도 통개발을 다시 추진할 수 있을까
“정부가 잠실과 여의도의 트라우마를 떨쳐버릴 수 있을까요? 내년에도 서울 대형 개발은 쉽지 않을 거라 봅니다.”

최근 만난 한 부동산 전문가의 견해다. 실제 서울 집값은 지난해 8ㆍ2 부동산 대책으로 잠잠해지다가 9월 잠실주공5단지 50층 허용으로 되살아났다. 올해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 다시 사그라들었다가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ㆍ용산 통개발(마스터플랜) 발언으로 재차 불붙었다. 이 같은 경험 때문에 개발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의 말마따나 올해 서울의 주요 재개발ㆍ재건축 등 개발 사업은 제자리 걸음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규제 여파로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를 훨씬 뛰어넘는다. 명문화된 규제를 차치하고라도 인허가권을 쥔 당국이 사업을 한걸음도 떼지 못하게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여의도 일대의 재건축 아파트들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통개발 계획을 보류하면서도 개별 재건축 사업의 정비계획이 상위계획인 지구단위계획에 부합해야 한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심의를 미루고 있다. 시는 주민,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강남 압구정 아파트지구 재건축도 지구단위계획 수립 단계에 묶여 있다. 지난해 압구정아파트 지구단위계획이 서울시 심의에서 보류된 후 별다른 진척 사항이 없다. 그나마 지구 내 모든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가장 큰 3구역에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설립됐다는 점이 올해 거둔 소득이다.

같은 구의 은마아파트도 진도를 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49층 재건축을 고집하다가 지난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심의 거부를 당한 후 35층 재건축으로 고집을 꺾었지만, 이후에도 심의에서 네번이나 미끄러졌다. 공공 보행통로 변 시설 계획 등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올해 들어 11월까지 서울시내에서 신규 지정된 재개발ㆍ재건축 정비구역은 2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20곳이나 지정됐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정비계획안이 선다고 해서 속도가 나는 것도 아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50층 허가가 난 지난해 9월 상황에서 거의 답보 중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빠른 재건축 추진을 조건으로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했는데, 학교 부지 기부채납 문제로 서울시와 교육청이 갈등하면서 문제가 꼬인 탓이다. 연내 도계위 수권소위원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성동구 성수동 일대 재개발도 마찬가지다. 4개 사업지 중 가장 속도가 빠른 4지구가 지난해 건축심의를 신청했지만 1년이 넘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 기반시설 조성 문제로 다른 3개 사업지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집값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는 개발 호재를 던져주는 것은 정부로서는 선택할 수 없는 답안이다. 시중에는 1100조원에 이르는 유동자금이 있고, 서울은 아파트 분양만 했다하면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대기 수요도 풍부하다. 일단은 시장 심리를 다독이고 집값의 급등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그린벨트 해제도 불사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도심 공급은 가로막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처럼 보이지만 ‘비상 조치’라는 선에서는 납득할만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언 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을 계속할 수만도 없지 않은가. 점점 더 거세지는 개발 압력과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누르면 누를수록 반발력을 응축해뒀다가 집값을 용수철처럼 튀어오르게 할 수 있다. 올해 서울시내에는 주택 인허가나 분양 실적(표 참고)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쳐 몇년 후 공급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막아뒀던 개발을 서서히 풀어줄 적절한 시점과 방법을 찾기 위한 고민이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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