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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소집이 뭔가요?”…초등입학부터 시작되는 다문화 가정 ‘고충’
-취학통지자 아닌 탓에 입학정보 소외…“모르는 것 물어볼 ‘맘카페’도 몰라요”

[사진=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취학통지서가 뭔가요… 예비소집일 몰라 아이에게 미안해요”

지난 8일 서울 전체 공립초등학교(560개)에서 2019학년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예비소집을 진행한 가운데, 외국인 다문화 학생들은 입학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예비소집일 날 역시 ‘예비소집’이 무엇인지도 몰라 우왕좌왕하는 다문화 가정이 속출했지만, 이들은 취학통지서 발송 대상조차 아니어서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에 도달할 경우 국적이나 체류자격과 상관 없이 교육받을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은 취학통지서 발송 대상이 아니어서 때를 놓치거나 뒤늦게 부랴부랴 입학 서류 마련에 나서는 경우가 빈번하다. 직접 동사무소 등을 찾아 입학이 용이한 학교를 문의하고 해당 초교에 입학신청을 해야한다는 사실 등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 학부모 A(34) 씨는 역시 지난해 초등학교 입학 절차를 숙지하지 못해 하마터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못할 뻔 했다. 그는 “아이를 한국 초등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따로 신청해야 하는 줄은 몰랐다”며 “주변에 아이를 학교 보내본 사람이 없어 뒤늦게 서류를 받으러 다니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려면 출입국에 관한 사실 또는 외국인 등록사실 증명서류, 학력증빙관련 서류 등을 첨부해 거주지 인근 초등학교 장에게 직접 입학신청해야 한다. 입학절차 중 모르는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 학부모들은 ‘맘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교류에 나서지만 다문화 가정 학부모들에겐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나마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동포들의 사정이 조금 나은 정도다.

특히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반드시 참여하도록 바뀐 초등 예비소집일은 다문화 가정에 큰 혼선을 줬다. 한국 학부모들도 아이와 반드시 동행해야 하는지 헷갈려하는 가운데, 내국인 중에서도 매년 불참자가 속출하고 있다. 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취학통지자 7만7659명 중 예비소집일 불참자는 9789명(12.60%)으로 집계됐다. 이 숫자에서도 취학통지자가 아닌 다문화 가정은 제외 된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어려움은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사정상 외국인 학교가 아닌 한국 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적응과정이 험난하다는 것이다. 다문화 한부모 가정협회관계자는 “힘든 일을 하면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경우 각종 학교행사에 못 가는 경우도 많고 한국말이 서투른 경우 학교를 가도 상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입학부터 재학 기간까지 이어지는 다문화 가정의 고충은 조사로도 나타난다.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자녀 100명중 5 꼴로 학교폭력 피해를 입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가 2016년 발표한 전국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9~24세 다문화 가정 자녀 6만1812명 중 5.0%가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 2013년 572명이던 학업 중단 다문화 가정 자녀는 2017년 1278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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