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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승부수…조선판 초격차 시동
- 조선업 회복 시점 현대重과 산은의 동거 묘수…기술력+규모의 경제 효과
- 초대형 글로벌 조선사 탄생…중국 조선굴기 원천 봉쇄

현대중공업 야드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전 세계 조선시장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강수를 던졌다.

수주량 기준 글로벌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주량 2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작업이 마무리되면 국내 조선업은 1강 1중 구도로 개편된다.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물리치고 지난해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수주량 세계 1위를 달성한 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규모의 경제 효과까지 더하며 전 세계 조선 시장의 맹주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될 전망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이뤄지는 초격차 전략이 조선 부문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조선업황 본격 회복기…현대重ㆍ대우조선ㆍ산은 윈윈= 31일 관련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과 지분 출자를 위한 이사회를 이날 개최한다.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보유 지분의 처리는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중공업을 물적 분할해 세운 중간지주에 보유지분을 출자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엄밀히 말해 매각이 아닌 대주주 지위의 양도 형태다. 이럴 경우 산은은 당장 보유지분 헐값 매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사실상 경영권을 현대중공업에 넘겨 본격적인 조선업황 회복기의 수혜를 양사가 같이 누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수작업의 성사는 수주가 크게 늘어나는 등 조선업이 바닥을 치고 반등세에 돌입한 게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현대중공업은 사실상 국내 조선업계가 독점 중인 LNG(액화천연가스) 부문의 절대 강자로 올라설 수 있게 되는 효과를 얻는다. 지난해 발주량이 2017년과 비교해 크게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을 제치고 조선업 1위에 올라선 데는 LNG 선박의 싹쓸이 수주가 바탕이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선박시장은 특히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 LNG 분야에서 1위인 현대중공업과 2위인 대우조선해양을 함께 거느리면 막대한 이익 창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규모의 경제 효과까지 더해져 원가 절감은 물론, 선주들과의 선가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현대중공업 수주 잔량은 1만1145CGT(표준화물환산톤수)로 1위, 대우조선해양은 5844CGT로 2위다. 두 회사의 수주 잔량을 더하면 1만6989CGT로 3위인 일본 이마바리(5253CGT)를 두 배 이상 웃돌게 된다.

인수작업이 시장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인수자금에서도 현대중공업은 부담을 덜게 됐다.

현재 산은의 대우조선 지분가치는 2조1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보다 높은 금액으로 지분을 출자하고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매각 대금으로 증자를 단행하면 안정적으로 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매각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나쁜 옵션이 아니다.

20년간 대우조선해양을 보유하며 적지않은 자금을 투입했던 산은은 대주주 지위를 현대중공업에 넘겨 전문성 부재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당장의 지분 매각이 아닌 중간지주사에 대한 출자 형태로 이뤄지면, 조선업황 회복으로 향후 주가가 오를 때 보유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어 공적자금 회수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방산 부문의 존재로 해외 매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에서 사실상 현대중공업은 유일한 매각 대상이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야드

▶중국의 조선굴기 원천 봉쇄 효과…또 다른 초격차 전략=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국내 조선업계에 미칠 파장 또한 막대할 전망이다.

시장 구도 자체가 빅3에서 빅2로, 보다 정확하게는 1강1중 구도로 개편된다. 이럴 경우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에서 3사간 출혈 수주 경쟁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초대형 글로벌 조선회사의 탄생으로 매섭게 추격하던 중국 조선업을 완벽히 따돌리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조선업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을 제치고 글로벌 수주 1위에 올랐지만, 결국 기술력과 신뢰도 부족으로 지난해 7년 만에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별 선박 수주 실적 최종 집계치에 따르면 세계 선박 발주량 2860만CGT 중 한국이 1263만CGT를 수주했다. CGT(Compensated Gross Tonnage)는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무게 단위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44.2%로 이전 한국 최고 점유율(2011년, 40.3%)을 경신했다.

특히, 고부가선인 LNG선 70척 중 66척(94%),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9척 중 34척(87%)을 수주해 고부가 주력선종에서 압도적 수주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어 중국은 915만CGT로 32%를 차지했으며, 일본이 360만CGT로 12.6% 순이었다. 수주 1위의 저력은 한국 조선사들의 높은 기술력, 제품 신뢰성 및 안전성에 있었다.

올해도 수주량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초대형 조선사의 탄생은 국내 조선업이 전 세계 조선업을 평정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역시 작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조선 시황과 중국과의 경쟁, 국내 산업 재편 등을 고려할 때 빅2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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