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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덤', 김은희 작가의 창작법 통했다
-"배고픔 가득찬 생명체..'킹덤'은 슬픔"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인기가 뜨겁다.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 한국 콘텐츠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좀비 장르의 흥행 열풍을, 해외에는 ‘K-좀비’, ‘갓’(전통 모자)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킹덤’ 시즌2가 크랭크인됐다.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려 궁밖으로 나온 왕세자가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김은희 작가는 사극좀비 ‘킹덤’을 기획하고 집필한 장르물의 대가다. 김 작가는 ‘싸인’과 ‘유령’ ‘쓰리데이즈’ ‘시그널’ 등 내놓는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16년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시그널’은 중국과 일본에서 리메이크 되며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김 작가 작품의 특징은 치밀한 서사와 날카롭고 묵직한 주제의식이다. 작품마다 김 작가의 집요한 현장 취재가 바탕이 돼 강한 개연성을 부여한다. 크리에이터 김은희는 어떻게 ‘킹덤’을 기획하게 됐을까?‘

“좀비물을 좋아하는데, 구상은 2011년부터다. 배고픔으로 가득찬 생명체가 떼로 몰려오는 건 슬프다. 조선왕조실록의 순조실록편에 있는 ‘괴질이 유행하여 열흘 사이에 사망자 수효가 수만 명에 이르렀다’는 기록을 보고 그 역병을 공포바이러스, 좀비로 끌어들이면 효과적이고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았다.”

김은희 작가는 “이렇게 하면 그 시대의 아픔과 정서를 흥미롭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하지만 영상화는 쉽지 않았다. 야외신이 많아 찍기도 힘들었다. 영화 ‘부산행’의 성공후에야 가능해졌다. 그 전에는 이런 구상을 이야기해도 회의적이었다. 저 혼자 꿈꾸면서 관련 문헌과 책을 읽어나갔다. 다른 드라마를 쓰면서 진척은 못시켰지만 머리속에 남아 발전시켜나갔다”고 밝혔다.

김 작가가 처음 사극좀비 아이템을 던졌을때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했더니, “괜찮겠다”고 해 의외로 쉽게 풀렸다. 인육을 먹는 내용은 왕조실록에 나오지만 쇼킹한 장면이라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영화쪽으로 제작됐을 거라고 했다. 김은희 작가가 ‘킹덤’을 통해 하고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었다. 배고프고 헐벗은 시대를 좀비라는 존재로 표현했다. 사무실 보드에 ‘킹덤, 정치란 무엇인가’라고 썼다. 양반, 천민들이 좀비가 되면 다 똑같이 된다. 계급이 사라지고 식욕만 남는, 말도 안되는 평등 상태다.”


‘킹덤’에는 몇몇 주요한 등장인물들이 있다. 류승룡이 맡은 영의정 조학주는 기득권 세력이다. 김 작가는 “조학주는 국정농단 캐릭터다. 조학주 외에도 이런 관리들이 있다”면서 “좀비가 나타나자 지역책임자가 조운선을 타고 도망간다. 이는 과거의 사람일 수도 있고 현재의 사람일 수도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만 그런 지배세력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 이창(주지훈)은 백성을 지키려는 지배세력이다. 이창의 어릴적 스승인 상주 안현대감(허준호)과 그 군사들에게서도 위기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희망이 느껴진다.

“‘킹덤’은 집 나간 세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동래, 상주, 한양이라는 먼 거리를 다니며 엄청난 역경을 딛고 일어난다. 왜 동래, 상주가 생각났을까? 왜 해남이 아니었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경상도의 백두대간, 천혜의 경계다.”

평민들은 배두나(서비 역)와 김성규(영신 역)가 맡은 두 캐릭터로 요약된다. 김 작가는 “두 민초중 서비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의녀, 영신은 이 세상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평민이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킹덤’은 여러 계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김 작가는 “임산부들이 모여있는 장면, 중전 마저도 자신이 낳은 아들로만 신분을 표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걸 외국인들에게 한번 물어봤더니, 그런 유교적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킹덤’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데 대해 작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킹덤’이 190개국에서 방송된다. 나는 글로벌 기준이 없고, 신(scene)에 맞는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마스크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한옥 구조, 툇마루를 보여주고 싶었고, 낙동강이 좋아, 거기서 찍었다. 김성훈 감독님이 현장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냈고, 한옥과 한국의 자연을 잘 찍었더라.”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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