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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정월대보름…부럼 잘못 깨면 치아까지 깨져요
- 부럼, 호두ㆍ잣 등 딱딱한 견과류
- 치아 약한 어린이ㆍ노인 등 조심
-“음식물 씹을때 임플란트까지 깨져”


정월대보름을 이틀 앞둔 지난 17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시민들이 호두, 땅콩 등 부럼용 견과류를 살펴보고 있다. ‘부럼 깨기’는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 당일 이른 아침에 한 해 동안의 각종 부스럼 예방과 건강 등을 기원하기 위해 밤, 호두, 잣 등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무는 우리나라 풍속이다. 하지만 치아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19일은 설날 이후 첫 보름달이 뜨는 한국의 전통 명절인 정월대보름이다. 정월대보름에는 한 해 계획을 세우고 운수를 점친다. 부럼, 오곡밥, 보름나물, 귀밝이술 등을 먹으며 건강과 소원도 빌게 된다.

정월대보름이면 으레 하는 부럼 깨기는 아침 일찍 부럼을 자신의 나이만큼 깨물어 먹는 풍습이다. 부럼을 깨물며 부스럼이 나지 않고, 만사가 태평하며, 치아가 튼튼하기를 기원하는 관습이 이어진 것이다. 이때 깨물어 먹는 밤, 땅콩, 호두, 은행, 잣 등의 견과류를 부럼이라고 한다.

사실 견과류는 우리 몸에 정말 좋은 음식이다. 견과류는 올레인산, 리놀레산 등의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두뇌 발달과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딱딱한 열매인 견과류를 치아가 약한 어린이와 노인이 깨물게 되면 치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칫 치아는 물론 금, 임플란트 등의 보철물까지 파손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성복 강동경희대치과병원 보철과 교수는 “부럼을 깨뜨리는 동안 치아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해마다 정월대보름 이후 부럼 깨기로 치아가 손상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마른 오징어, 쥐포 등 질기고 단단한 음식을 즐겨 먹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20대부터 이미 30대 일반 서양인에 해당하는 치아 마모를 갖고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대개 40대 중반이 되면 여느 60대 서양인의 수준까지 악화된 치아 탓에 음식을 씹을 때 ‘시큰거림’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 교수는 “40대 이후 치과를 찾는 환자는 대부분 육안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치아가 씹을 때면 자꾸 아프다고 말한다”며 “아픈 정도가 심할 경우 생활 의욕까지 저하시킨다”고 했다.

주로 반찬으로 먹는 우리나라 음식은 비교적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김치, 깍두기를 비롯해 우리 주변에 있는 일반적인 음식물들을 씹기 위해서는 최소한 70~100㎏이상의 힘이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턱을 악무는 힘이 200㎏ 이상을 기록할 때가 많다고 한다”며 ”이 정도 되면 치아가 바스러지고 깨져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금, 임플란트 등의 치아 보철물까지도 쓸려서 파손되기에도 충분한 힘“이라고 말했다. 이어 “음식을 씹을 때 예리한 치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아에 특수한 약물을 이용해 검사하면 표면에 살짝 금이 간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며 “육안으로 발견하기 힘든 미세한 균열로 음식을 씹을 때마다 치아 신경관을 자극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람의 치아는 활동 중에 90%이상 사이가 자연스럽게 떨어져 있어야 치아와 주위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게 돼 있다. 힘들거나 초조할 때마다 이를 악무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 30초만 치아를 악물고 있어도 금방 안면 근육에 피로가 오며 저작근통이나 두통을 유발하게 된다. 이때 유발된 근육통은 쉽게 해소시킬 수 있겠지만, 치아 자체에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이를 악물면서 부럼을 깨다 자칫 치아까지 잃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이를 악무는 습관으로 생긴 부작용 탓에 씹을 때마다 치아가 시큰거리고, 치아 뿌리까지 충격이 파급돼 치아 신경을 죽이는 치료(근관 치료)를 받는 환자가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치아를 깎아서 금관(크라운)을 씌워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한 경우 치아가 쪼개지는 사례도 이따금 볼 수 있다”며 “이때에는 결국 뽑아서 제거하는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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