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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속 재벌의 이유있는 '커밍아웃'
새해에도 재벌은 안방극장의 핵심 키워드다. 껑충 뛴 배추 가격, 난방비 절약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이들은 오늘도 안방극장의 판타지와 욕망을 채워주는 단골 소재다. 가난하지만 정의로운 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울수록, 천방지축 캔디형 여주인공과 깊은 사랑에 빠질수록 시청자는 열광했다.

기존 재벌이 소시민의 시각에서 바라본 일종의 ‘성역’이었다면, 새롭게 찾아온 재벌은 가족사와 사랑, 배반에 울고 웃는 ‘보통 사람들’이다. 불우한 역경을 이긴 총수의 일대기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식모와 웃고 다투는 재벌의 평범한 삶을 드라마에 담는다.

‘마이 프린세스’ 후속으로 방송될 MBC ‘로얄 패밀리’는 여성 총수를 전면에 내세웠다. 혼혈아를 낳은 미혼모가 재벌가에 입성, 역경을 딛고 총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그린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재벌 총수는 연하의 멋진 남성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유능한 검사로 성장한 남자주인공과 총수의 러브스토리가 파란만장하다. ‘대장금’에 이어 ‘선덕여왕’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김영현 작가와 ‘스포트라이트’를 만든 김도훈 PD가 손을 잡았다.

기업 간 인수 합병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드라마도 있다. ‘아테나: 전쟁의여신’ 후속으로 2월 21일 첫 방송될 SBS ‘마이더스’다. ‘재벌이 만나서 사랑하는 재벌 드라마’를 지양하고 기업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낙오자의 처절한 회생의 몸부림을 그린다. 

유능한 사업가 유인혜(김희애)는 망한 기업도 기사회생시키는 일명 ‘마이더스의 손’. 그녀의 야심만만한 행보는 젊고 야심있는 사법연수원 졸업생 김도현(장혁)에게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히고, 타락한 인생을 살던 김도현은 그녀를 향한 결전을 준비한다. ‘올인’ ‘주몽’ 등 선굵은 작품을 주로 쓴 최완규 작가가 집필한다.

재벌가의 ‘식모’ 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유쾌한 드라마도 한창 제작 중이다. 드라마 ‘식모들’(가제ㆍKBS2)은 재벌이 사는 1번지에서 주인과 입주 식모가 벌이는 사랑과 돈의 한판 대결을 다룬다. 영화 ‘하녀’가 무겁고 장중한 터치로 재벌과 식모의 세계를 그렸다면, ‘식모들’은 두 식모가 벌이는 대결을 코믹하게 묘사할 예정이다. 드라마 ‘파스타’를 젊고 세련된 감각으로 풀어낸 서숙향 작가 극본을 맡은 독특한 발상의 작품으로, 기획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요즘 재벌은 더 이상 높은 성벽 안에 있지 않다. 재벌 2, 3세의 연예계 진출, 각종 스캔들과 게이트, 트위터와 모임 게시판을 통해 불가피하게 속살을 드러낸다. 디테일을 입은 재벌은 드라마를 통해 재구성되고 가차없이 비틀린다.

재벌의 정보를 분석하는 ‘재벌닷컴’의 정선섭 대표는 “재벌이 세대교체를 거듭하면서 3, 4세대 재벌이 등장했는데, 과거 창업주와 달리 이들은 개방적이고 소통을 즐긴다. 인터넷과 소설네트워크의 발달로 정보공유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재벌에 대한 높은 벽이 허물어졌다”고 풀이했다.

정 대표는 “ ‘시크릿가든’을 비롯한 몇몇 작품에 등장하는 재벌은 실제 재벌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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