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위기 ‘문글로우’ 살려낸 피아니스트 신관웅씨
단골손님 등 후원회 모금덕 기사회생공연수 확대·1세대 중심으로 재편
“팬들의 후원으로 문글로우를 이끌어나가기로 결정했어요.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팬들의 뜻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폐점 위기에 처했던 재즈 클럽 ‘문글로우’가 팬들의 후원에 힘입어 영업을 지속하게 됐다. 문글로우의 대표이자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65ㆍ사진) 씨는 24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오늘 건물주와 얘기가 잘됐다. 장소를 옮기지 않고 클럽을 운영하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클럽 ‘문글로우’는 10년 넘게 매주 목요일 재즈 1세대들의 공연이 펼쳐지던 곳. 국내 몇 안 되는 재즈 클럽, 그중에서도 한국 재즈의 뿌리인 재즈 1세대의 무대가 펼쳐졌던 의미 있는 공간이다.
그러다 신관웅 사장이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해 클럽 문을 닫겠다고 ‘폭탄 선언’을 한 것은 지난해 12월 30일. 강대관(78·트럼펫)·이동기(74·클라리넷)·김수열(72·색소폰)·김준(71·보컬)·최선배(68·트럼펫) 등 재즈 1세대 아티스트들이 클럽에서 마지막 합주를 한 직후였다.
그날을 마지막으로 백발 성성한 노신사들의 흥겨운 재즈 공연이 펼쳐지던 이 클럽은, 올해 1월부터 피아니스트 신관웅 씨의 솔로 피아노 연주가 대신해왔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팬들은 안타까움을 표하며, “문글로우를 살리자”고 발벗고 나섰다. 단골손님과 재즈 팬들이 후원회 ‘문사모’(문글로우를 사랑하는 사람들)를 결성하고 후원금 모금을 시작했다. 이들은 매월 1만원 이상 정기 후원과 5만원 이상 일시불 후원을 받아, 문글로우 살리기에 동참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재정난에 허덕이다 문글로우의 폐점을 결심했던 신 씨와 재즈 1세대 아티스트들이 무대로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팬들의 후원에 힘입어 건물을 이전할 필요도 없게 됐다.
“팬들이 이렇게까지 생각해주시니, 우리가 그만둬서는 안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었어요. 한가득 무대를 채웠던 선배들이 없으니까, 나 혼자 피아노를 쳐도 흥이 안 났죠.”
이제 신 씨는 재즈 1세대와 문글로우를 향한 팬들의 애정을 실감하게 됐다. 그는 “시작할 때는 내 맘대로 시작했는데, 끝날 때는 내 맘대로 끝내지 못한다”며 “이제 좋은 일도 생겼으니, 재즈 1세대 무대를 주 1회에서 2회로 늘려 공연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글로우를 되살리는 것에 대한 기쁜 마음도 잠시. 팬들의 도움을 얻어 클럽을 다시 시작하기로 한 만큼 책임감도 만만치 않다. “기쁘면서도, 후원해주신 분들께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무겁죠. 하지만 혼자 할 때보다 후원자가 생겼으니까 든든해요. 조만간 정식으로 공연을 다시 시작할 때는 1세대 아티스트 공연을 중점적으로 선보일 생각입니다. 젊은 아티스트들도 좋지만, 악기만 들고 서 있어도 재즈 음악이 들리는 듯한 그분들의 음악이 주인공이 되도록요.”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