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식과 태희의 새드 로맨스에 촉촉한 미성의 성시경 노래가 흘러나오면 보는 나까지 채널을 돌릴 수 없다. ‘꼬픈남’ 용식은 연하남이지만 멋있고, 성숙한 태희는 연기 잘 하니 몰입 게이지를 더욱 높여준다.
태희는 이혼녀라 총각과의 사랑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퀸스그룹이라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에서 이를 스캔들로 악용하는 세력 한 상무(하유미)와 아들 용식을 사장으로 만들려는 구 회장의 압력에 막혀있다.
이에 태희는 24일(28회) 용식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며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위로 올라가세요. 더 높아지세요. 제가 닿지 못할 만큼 높은 곳으로 올라가세요.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라고 용식에게 이별을 선언했다.
하지만 여기에 굴복할 용식이 아니다. “그 사람 도망간다고 손 놔 버리면 나 책임 없는 사람 되버리는 거잖아”라며 태희를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나는 아버지와 다르다. 아버지는 가진 걸 놓기 싫어 어머니를 놨지만 나는 안 그럴 것이다”라고 말한다.
박지은 작가의 대사는 별로 강도가 세지는 않지만 상황에 딱 맞는 대사와 그것의 점증 효과로 인해 간절함과 애절함과 절절함을 더한다.
특히 작은 얼굴의 박시후는 김남주를 향한 진지한 눈빛과 북받치는 감정 몰입도를 보이면서 남성미를 흠뻑 발산하고 있다.
박시후는 ‘가문의 영광’ 과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등 인간미 있는 드라마를 집필하는 정지우 작가의 작품을 통해 30~50대 아줌마팬들을 광범위하게 두고 있다.
그에게는 도회적이면서도, 부드럽고 느린 충청도 말투에서 시골의 훈훈함이 묻어난다. 무엇보다 박시후에게 멜로가 잘 붙는 이유는 여성을 잘 다루는 날나리 같지만 ‘선수’는 아니라는 점, 그래서 순수함이 묻어있는 캐릭터라는 점이 여심을 흔들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사랑에 올인하는 순정남 용식과 아직은 물불 가리는 태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태희는 이제 젠틀맨이 된 전남편 봉준수와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나?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