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만의 우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새로운 희망을 본 대회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아시안컵 내내 새로 발탁된 ‘젊은 피’들이 전방위 활약을 펼치며 세대 교체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이번 대회에서 팀내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구자철(4골). 박주영의 부상으로 가동된 ‘구자철 시프트’는 예상 외의 위력을 발휘했고, 구자철(22)은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껍질을 벗고 전방위 공격수이자 전천후 플레이어로서 거듭났다. 지동원(20)도 두 골을 넣으며 전방을 휘저었고, 손흥민(19) 윤빛가람(21) 기성용(21) 등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제 역할을 십분 해냈다. 손흥민은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고 윤빛가람은 당찬 슈팅으로 연장 사투 끝에 8강전 승리를 이끌었다. 주장 박지성도 한일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첫 마디로 “젊은 선수들이 이 대회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격과 달리 수비에서는 더 큰 진보가 필요해보였다. 이날 일본의 강한 허리에 시종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던 모습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혼다 게이스케의 개인 돌파와 킬패스가 한국 진영을 무력화시켰고 오카자키 신지의 쇄도와 가가와 신지의 공격력도 날카로웠다. 수비수 나카토모 유토는 동점골을 도왔을 뿐 아니라 활발한 오버랩핑으로 일본 공격에 힘을 더했다. 베테랑 이영표도 사실상 대표팀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 한국 수비진의 재편은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다가온다. 공격의 정밀도와 유기성을 높이고 수비 진영의 세대 교체가 뒷받침된다면 또 한 번의 역사를 만들 수 있다. 이번 대회가 ‘실패’가 아닌 이유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