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R&B 그룹 씨야<사진>가 25일 발매되는 굿바이 앨범 ‘씨 유 어게인(See You Again)’을 끝으로 데뷔 5년 만에 공식 해체한다. 씨야는 지난 2006년 ‘여자 SG워너비’라는 찬사 속에 데뷔해 짧은 기간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국내 대표적인 보컬 그룹이라는 점에서 이번 해체 소식은 못내 아쉽다.
아쉬움을 달래듯 씨야는 새 앨범이자 마지막이 될 이번 음반에 그동안 대중에게 사랑받은 히트곡 13곡과 신곡 ‘내겐 너무 멋진 그대’와 ‘더 라스트(The Last)’ 2곡을 더한 총 15트랙으로 채워넣었다. 특히 마지막 앨범에는 지난 2009년 팀에서 탈퇴한 남규리가 기존 김연지, 이보람과 짝을 이뤘다는 데 의의가 있다.
남규리는 당시 소속사와 공방전을 벌이다 씨야와 결별을 선언하고 팀에서 탈퇴해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씨야는 이후 2009년 8월 남규리 대신 새 멤버 수미를 영입해 그해 10월 미니앨범 ‘Rebloom’을 발표했지만, 수미 역시 혼성그룹 남녀공학의 멤버로 이적하면서 씨야는 지난해 7월부터 김연지, 이보람 듀오로 활동해왔다.
아쉽기야 하겠지만 5년도 채 활동하지 못하고 해체하는 일개 여성그룹이 가요사(史)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할 이도 많다. 일각에서는 기획사에 의해 탄생해 5년 정도 활동했으면 할 만큼 했다는 의견도 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씨야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면 또 다른 의미도 발견할 수 있다. 씨야가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2006~2008년은 지금의 ‘신한류’를 이끄는 걸그룹이 태동하던 시기다. 소녀시대를 비롯해 원더걸스, 카라 등이 줄지어 데뷔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가요계는 남성그룹, 남자가수들이 대세였다.
씨야는 ‘여자 SG워너비’에 멈추지 않고 가창력과 무대 매너로 자신들만의 색깔을 구축했다. 2집 ‘사랑의 인사’나 ‘결혼할까요’, 2.5집 ‘슬픈 발걸음’ ‘그래도 좋아’ 등은 씨야만의 깊이 있는 가창 실력과 독특한 화음이 돋보이는 곡들이라 할 수 있다. 씨야는 구슬픈 R&B 창법에서 발랄한 소녀의 이미지까지 넘나들며 폭넓은 팬층을 확보해 나갔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씨야는 가비앤제이와 함께 빅마마 이후 여성 보컬그룹의 맥을 이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R&B 창법을 바탕으로 발라드에서 댄스까지 다양한 시도를 보인 씨야는 소녀 아이돌 그룹이 본젹적으로 등장하기 직전 여성 보컬그룹과 아이돌 걸그룹의 가교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가했다.
인형 같은 외모로 눈길을 끈 남규리는 이후 영화 ‘고사’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영역을 확장했고, 이보람과 김연지도 솔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금의 걸그룹들이 인기를 얻기 이전 여러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씨야는 ‘언제나 팬 앞에서 노래를 하겠다는 뜻’의 ‘SEE You Always’란 팀명이 지닌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지만 ‘SEE You Again’이란 또 다른 뜻처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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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희 기자/ my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