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나탈리 포트만을 말하다
160㎝의 키에 34-25-35의 몸매. 패션디자이너 잭 포즌은 ‘그녀’를 자신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뮤즈’라고 했다. TV 토크쇼 MC 데이빗 레터맨과 잡지 하퍼스앤퀸은 ‘그녀’를 가리켜 ‘새로운 오드리 헵번’이라고 했으며, 밀로스 포먼 감독은 “마치 고야의 그림에서 나온 것 같은 여배우”라고 칭했다. 화장품 브랜드 스틸라는 ‘그녀’의 이름을 딴 립글로스를 내놓았다. 록밴드 오즈마와 팀슬립 그리고 DJ 인텔 원 등 ‘그녀’의 이름을 타이틀로 한 노래나 앨범을 발표한 팀은 적어도 3개 이상이다.
심지어 “ ‘그녀’가 머리를 밀었다”는 이름의 록밴드도 있다(그녀는 실제 영화 촬영을 위해 삭발한 적이 있다).
1999년 ‘그녀’가 하버드대에 입학했을 때 많은 재학생이 ‘그녀’와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전세계로부터 답지하는 팬레터를 받았다. ‘그녀’는 누구일까.
최근 안무가인 남자친구 벤저민 마일피드와 약혼을 발표한 포트만은 올해 출산도 예정됐다. 연기력과 흥행파워까지 더해진 포트만은 지금 배우로서, 여자로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고 있다.
할리우드는 기꺼이 그녀에게 ‘여신’의 자리를 허락할 태세다. 오는 2월 27일 열리는 제83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은 이를 확인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포트만이 주연을 맡은 두 작품은 다음달 차례로 한국 개봉이 예정돼 있다.
▶사랑과 섹스 사이, 백조와 흑조 사이=작품 선택에 까다롭고 진중하기로 유명한 포트만에게 첫 로맨틱 코미디인 ‘친구와 연인 사이’가 밝고 경쾌한 면을 드러내는 작품이라면, ‘블랙 스완’은 어둡고 무거운 색깔을 보여주는 영화일 것이다.
애쉬턴 커처와 호흡을 맞춘 ‘친구와 연인 사이’는 사랑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섹스만을 추구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포트만은 생물학적으로 일부일처제가 불가능하다고 믿는 사랑의 회의주의자이자 섹스에 관한 한 자유로운 여성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보통의 젊은 남녀가 고민할 법한 사랑과 연애, 우정, 섹스 등의 주제를 가볍게 터치한 코미디다.
반면 ‘블랙 스완’에서 포트만은 ‘백조의 호수’에서 최고의 백조 역으로 각광받던 발레리나가 흑조 역을 동시에 연기하는 1인2역의 새로운 공연에 도전하면서 빠져드는 관능과 매혹, 혼돈을 그린다.
그녀는 이스라엘 출신의 출산전문의인 아버지와 미국 출신의 예술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3세 때 이스라엘에서 미국 워싱턴DC로 이주한 뒤 뉴욕에서 올 A 학점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심리학 전공으로 명문 하버드대학에 진학했다. 고교 졸업시험 때는 자신이 출연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1’ 시사회에 불참했으며,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대학 입학 후 “향후 몇 년간은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을 정도로 학업에도 큰 열의를 보였다.
“언제나 답이 분명하기 때문에 수학을 좋아한다”는 포트만은 “연기는 내 인생의 여러가지 선택지 중 하나”라며 때로 “아버지 같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도 숨기지 않았다.
▶‘롤리타’에서 ‘여신’으로=포트만은 11세 때 피자가게에서 모델 에이전트의 눈에 띄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처음에는 모델을 권고받았으나 연기로 방향을 정했다.
‘레옹’으로 스타덤에 오른 후 포트만은 어머니의 도움과 함께 분명한 자기주관으로 작품을 선택했다. ‘호스 위스퍼러’를 거절하고 브로드웨이 연극 ‘안네의 일기’에 출연하는 등 무대 연기도 계속해왔다. ‘레옹’의 인기에 편승해 포트만에겐 성적 매력을 풍기는 성숙한 소녀, 즉 ‘롤리타’ 스타일의 배역이 계속 제안됐으나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류의 전형적인 공포영화도 출연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로버트 드니로와 알파치노 등 명배우와 함께한 ‘히트’, 흥행작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1’, 우디 앨런 감독의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웨인왕 감독의 ‘여기보다 어딘가에’, 팀 버튼의 ‘화성침공’ 등으로 10대 시절을 마감한 포트만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계속하는 한편, ‘클로저’ ‘브이 포 벤데타’ ‘천일의 스캔들’ 등에서 스트리퍼나 삭발 연기, 관능적인 여성 등 과감한 배역으로 성인배우로서도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왔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