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공원의 특별한 겨울나기 들여다보니
한파가 일상이 됐다. ‘춥다’는 말이 ‘안녕’을 대체할 지경이다.
KRA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주마들은 얘기가 좀 다르다. 행여 고뿔이라도 걸릴까 마주와 조교사, 마필관리사들은 안절부절, 상전 대우에 여념이 없다. 경주마는 대체로 추위에 강한 편이지만 전력을 다한 경주를 마치고 나면 땀과 피로 때문에 사람들보다 감기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따라서 마필 관리사들은 비싼 몸값을 주고 데려온 말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경주마가 감기 등 사소한 질병 때문에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손해를 입는 것은 기본이고 심각할 경우 경주마를 폐기해야 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방심할 수 없다.
▶보양식으로 체력 유지=경주마 중에서도 가장 상전으로 대접을 받는 경주마는 지난해 한국 최고의 경주마를 선발하는 그랑프리에서 부산경남 대표로 우승한 ‘미스터파크’(국산 4세)다. 경주마는 오전 5시부터 몸 상태 검사와 훈련에 들어가는데, 다른 말에 마필관리사가 1명씩 붙는 데 비해 미스터파크에겐 2명이 달라붙는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미스터파크의 방에는 24시간 녹화가 가능한 CCTV도 설치돼 있다.
하루 4번 먹는 식사도 다르다. 미스터파크의 밥통에는 각종 미네랄이 함유된 특별 사료는 물론이고 심지어 사람이 먹는 된장과 육상 선수들이 먹는다는 영양보충제(카르니틴)가 들어간다. 된장을 적절히 섞으면 단백질 공급에 특효다. 좋은 성적을 위해 이 정도는 기본. 미스터파크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열량은 1만6000㎉. 공깃밥 35개 이상에 해당되는 열량이다.
경주마가 감기 등 사소한 질병 때문에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손해를 입는 것은 기본이고 심각할 경우 경주마를 폐기해야 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방심할 수 없다. 추위에 지친 경주마가 온열 치료기에 들어가 있다.(맨위) 보온은 필수. 마필관리사가 경주마에게 발목 보온을 위한 싸개를 착용시키고 있다.(가운데) 경주마가 마필관리사 로부터 온수 마사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KRA 부산경남경마공원] |
▶마사지 받으며 피로 회복=경주마를 추운 야외에서 갑작스럽게 조교하면 다리를 삐끗하거나 심할 경우 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3억6000만원의 최고 상금을 벌어들인 국산마 ‘당대불패’는 전담 마사지사에게 매일 마사지를 받으며 피로를 푼다.
경주마 마사지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문지르고, 비비고, 쓰다듬고, 누르고, 주무르는 동작들을 기본으로 한다. 대부분 손으로 경주마의 근육을 자극해 피로를 풀고 뼈마디를 활성화해 부상을 방지하고 경주 능력을 최상으로 유지한다.
염좌나 골절은 달리기 하나로 먹고사는 경주마에게는 밥줄이 끊길 수도 있는 치명적인 사고. 평소에는 간단히 끝내던 워밍업과 쿨링다운을 겨울철에는 다소 길게 30분 이상 실시한다.
▶모직+폴리에스테르 특수 점퍼 입어=겨울철에는 훈련 후 땀이 쉽게 식어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경주마들은 겨울철 내내 ‘천연 털옷’ 위에 특수 제작된 점퍼(마의ㆍBlanket)를 입고 지낸다. 따뜻하고 착용감이 좋은 모직 안감에 겉감은 방풍ㆍ방수 기능이 뛰어난 폴리에스테르로 제작된다. 또 쾌적한 실내를 유지하기 위해 잠자리도 신경 쓴다. 실내공기가 오염되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환기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암모니아 가스 발생을 막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분뇨 등으로 오염된 깔짚을 갈아준다.
임희윤 기자/ im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