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설특집은 분명 변화된 트렌드를 담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MBC가 준비하는 ‘아이돌스타 육상-수영선수권대회’와 42.195km 풀코스 마라톤의 10분의 1 수준인 4.2km 마라톤 코스를 달리면서 복불복 게임을 밟아나가는 KBS ‘연예인 복불복 마라톤 대회’가 그런 경우다. 연예인 복불복 마라톤 대회는 영화배우 탤런트 가수 등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100여명의 국내 스타들이 참가하며, 지난해 9월 추석특집 아이돌스타 육상대회의 확장판인 아이돌스타 육상 수영대화에는 수많은 아이돌 연예인이 총출동한다.
수영과 육상, 마라톤을 하면서 유쾌한 게임을 진행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예능의 방식이 아닌 스포츠의 리얼한 장면을 포착한다. 아이돌스타 육상 수영대회는 웃음와 재미를 책임지는 진행자도 두지 않고 스포츠 경기에서 볼 수 있는 캐스터와 해설자만 있다. 그래서 ‘연예계 박태환’과 ‘연예계 정다래’를 뽑는 경기라 할 수 있다. 종목도 50m, 100m 자유형과 혼계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MBC 아이돌 스타 수영-육상대회를 연출한 김유곤PD는 “예능적인 재미를 완전히 버리고 몸을 이용하는 것으로만 경쟁하는 스포츠의 승부를 담아내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설 예능 특집이 예능이 아닌 스포츠 특집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높은 인기와 무관치 않다. 예능인들이 봅슬레이와 댄스스포츠, 에어로빅, 레슬링 경기에 참가하고, 밴드, 합창단 등에 도전하는데, 예능 스타일이 아닌 리얼 다큐로 접근해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무한도전’은 레슬링 특집을 1년여동안 준비해 프로 선수들이 구사하는 기술들을 대거 선보였다. 에어로빅 대회도 번외조이지만 엘리트 스포츠 이벤트인 전국체전에 출전해 입상했을 정도다.
설특집으로 방영될 수영, 육상, 마라톤은 인기 종목은 아니지만 재미없는 스포츠도 아니다.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인간의 원초적인 힘과 기술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설특집으로 연예인들이 골프와 테니스, 승마 같은 스포츠보다는 기초적인 종목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KBS 설특집 ‘연예인 복불복 마라톤 대회’도 강화도에 설치된 코스 도중 까나리액젓 등 10여군데의 복불복 코너가 마련돼 운과 흥미 요소가 가미돼 있지만 4.2km를 주파할 수 있는 체력과 집념을 지녀야 우승이 가능하다. 남녀 1위에게 각각 우승상금 500만원씩 현장에서 지급 한다는 점도 ‘리얼’의 성격을 강화하는 요소다. ‘슛돌이’ ‘천하무적 야구단‘ 등 스포츠 버라이어티의 전문가인 최재형 PD가 연출을 맡아 스포츠적인 면을 강화했다는 후문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 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