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반정부 시위 사태가 격화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은 사태의 추이를 파악하느라 초조한 모습이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공사 대금의 지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 아울러 향후 지속적인 수주 물량의 확보가 가능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북아프리카 시장에서 리비아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리비아는 누계 기준으로 국내 건설업체의 3대 해외건설시장이다. 국내 업체는 리비아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294건에 364억 달러를 수주해 전체 수주 누계액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건설업체가 총 9건에 19억 달러를 수주해 수주액 기준으로 7위(2.7%)를 차지했다. 이처럼 리비아는 북아프리카 시장에서 신규 발주가 가장 활발한데다 한국 건설사들의 북아프리카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여서 해외 수주시장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게 건설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더구나 최근 국내 부동산 경기의 부진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일제히 중동과 북아프리카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시점이어서 이번 리비아 사태가 가져올 파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KOTRA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는 총 37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그 중 24개사가 건설업체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등 국내 건설업체들은 현지에서 복합화력발전소와 호텔 병원 주택단지 등 사회 기반시설 등을 주로 짓고 있다.
당장 관심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아울러 공사 대금이 원활히 지급될 수 있을지로 쏠리고 있다. 그동안 한국 건설업체들이 해외 공사 현장에서 각종 시위로 직접적인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다. 다만 미국의 적대국에 대한 고립정책이나 전쟁 발발 등으로 피해를 본 적은 있다. 현대건설이 걸프전 발생으로 이라크 정부로부터 11억달러나 되는 공사대금을 못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건설은 전쟁이 끝난 후 미수금 일부를 탕감해주고 나머지는 분할해서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대형건설사의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리비아에서 공사를 맡은 물량 대부분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발주 공사인 만큼, 정권의 교체 여부와는 상관없이 대금 지급은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으면 신규 수주는 당분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올해 800억 달러의 사상 최대 수주 실적을 목표로 하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리비아 소요 사태가 인근 중동 지역 국가로 확대될 경우 수주 감소액은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바람이 국내 건설업체에 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화된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 이는 사회기반시설의 대규모 발주로 이어질 수 있어 국내 건설업계에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순식 기자@sunheraldbiz>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