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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기도…남기도…” 건설업체 한숨
주택사업 중견사 철수결정

대형건설사 플랜트는 잔류


정부가 24일 전세기까지 투입해 리비아 현지 교민과 근로자 구출작전에 돌입했지만, 현지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은 잔류할 것인지, 탈출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일단 시내 중심지에서 주택사업을 하고 있는 중견건설업체들은 피습을 우려해 탈출 쪽으로 방향을 잡은 반면, 공공기관의 플랜트공사를 맡은 대형사들은 잔류하면서 상황을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중견건설업체들은 속속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비아 동북부 데르나에서 주택사업을 벌이다 지난 19일 현지인들의 습격을 받았던 원건설 근로자 39명도 외국인 근로자 1000명과 함께 육로로 이동해 한국시간으로 24일 오전 6시에 이집트 국경에 도착했다. 일행은 차량 10대(밴 1대, 미니버스 1대, 트럭 8대)로 긴박한 시위 현장을 통과하며 탈출에 성공했다. 이어 데르나 현장에 잔류하고 있는 인력(한국인 14명, 외국인 476명)도 오늘 중 육로를 통해 이집트 국경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데르나에서 이집트 국경까지는 약 350㎞거리로, 통상 자동차로 4~5시간 거리지만, 검문검색이 심해 10시간 이상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사들이 대거 철수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현장이 갖는 위험성 때문이다. 주택 건설 사업지는 상대적으로 주거지와 인접한 탓에 시위대들의 공격 위험에 상존해 있다.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직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건설회사가 현장을 고수하기엔 부담이 크게 따를 수밖에 없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현지 지사 직원이 탈출한 이후 트리폴리 공항의 정기항공편이 끊어졌기 때문에 조금만 철수 지시가 늦었어도 자칫 트리폴리 시내에 갇힐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며 “국내로 복귀하지 않고, 카이로에 머물다 사태가 진정되면 다시 리비아로 들어가 건설수주전에 뛰어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철수 움직임은 중견 건설사들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플랜트 등 국가기간 시설을 짓고 있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대형사는 아직 현장 고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철수를 고려할 만한 위험요소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플랜트 등 국가기간 시설의 경우 주택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 요소가 적다. 더군다나 공사현장이 대부분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어 상대적으로 시위대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적고, 주요 핵심 시설에 대해선 현지 경찰과 발주처의 용역원들이 경호를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대우건설의 벵가지 복합발전소는 현장캠프가 전소된 현대건설 송전선로 현장의 한국인과 제3국인 등 200여명이 대피해 있는 등 시위의 핵심인 벵가지 지역에서 한국인 보호의 거점이 되고 있는 상태다.

섣불리 철수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해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대금을 다 받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면 미수금 발생은 물론 시설 파손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통상 해외 공사는 선수금을 받은 뒤 월 단위로 공사 진척도를 따져 공사비를 청구해 받는데, 공사 대금을 청구한 이후 1~2개월 뒤에 공사대금을 받는 까닭에 철수를 결정하면 그만큼의 미수금이 발생하고 회수도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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