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단편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단편영화는 아직 장편 데뷔를 하지 못한 신인감독들이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는 기회가 돼 왔거나 최근 활발해진 각 기업들의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화장품 브랜드의 이름을 내건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신인감독의 등용문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고, ‘파란만장’ 역시 아이폰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단편영화는 제 나름의 독특한 미학과 영화적 재미를 갖추고 있다.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30분까지의 러닝타임을 통해 기존 장편영화는 다룰 수 없는 소재나 아이디어를 담은 작품이 많다. 질질끄는 장편영화보다는 오히려 더 압축된 이야기와 영상으로 장르적인 쾌감을 주는 수작들도 있다. 극장에서 단편영화는 대체로 4~5편이상의 작품이 함께 묶여 상영되므로 같은 시간에 다양한 입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관객들로선 큰 장점이다. IPTV나 모바일 등 다양한 윈도를 통한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최근 단편영화제도 많아지고 단편영화의 정식 개봉도 늘고 있는 이유다.
첫 작품 ‘라인’(감독 박형익, 윤홍란)은 애니메이션이다. 글을 쓰는 한 작가와 이웃집 여자간의 영역다툼을 그렸다. 남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고 내 땅을 한 치라도 넓히기 위한 두 남녀의 싸움이 상징적으로 표현됐다. 간결한 선으로 표현한 그림체와 실사와 만나는 후반부의 표현이 기막히다. ‘런던유학생 리처드’(감독 이용승)는 한 세무서에 고용된 두 젊은 사내의 갈등을 소재로 했다. 비정규직 시급 몇 천원에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경쟁을 벌여야하는 상황이 서글프고 우스꽝스럽다. ‘백년회로외전’(감독 강진아)은 사고로 여자친구를 잃은 한 젊은 남자의 멜로드라마. ‘유숙자’(감독 엄태화)는 속물덩어리인 한 젊은 여자의 방을 유령같은 사내를 등장시켜 살며시 엿본 작품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