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뻔한 ’재벌가’ 소재에 ’여성경영자’ 키워드 담다
‘파격승진’ 이후 삼성가의 두 딸(이부진, 이서현)은 재계의 새 화두로 떠오르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가 두 딸의 등장을 계기로 여성에게 다소 보수적이었던 재계는 이제 본격적으로 ‘여성경영자 시대’를 열기 시작한다.

드라마는 발빠르게 이 같은 현실을 반영했다. ‘로열패밀리(MBC)’는 국내 안방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상위 0.01%의 ‘재벌’이라는 코드 안에 ‘여성경영자’라는 화두를 덧댔다. 99.99%는 모르는 세계의 이야기에 어느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야기가 접목된 것이다.

한 통의 전화로 드라마는 시작한다. JK그룹으로 대표되는 재벌가 차남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이 그것이다. 

김인숙(염정아)는 JK그룹의 그림자다. 평범한 집안의 딸로 태어나 재벌가에 시집갔으나 철저한 외면과 괄시 속에서 살아왔다. 한평생을 투명인간처럼 연명했지만 남편의 죽음 앞에 그녀는 이후 그룹의 총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김인숙의 삶은 삼성가 두 딸에 앞서 경영 일선에 뛰어든 현대가 현정은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 재벌가의 며느리에서 그룹의 CEO로 다시 선 ‘재계의 여성파워’인 현 회장이다. 지난 2003년 남편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현 회장은 현대그룹의 총수 자리에 올랐다. 어느새 취임 8주년을 맞는 현 회장은 그간 ‘뚝심의 CEO’로 불리며 한 자리를 지켜왔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평범한 여자가 재벌가의 며느리가 됐다”는 ’로열패밀리’ 김인숙의 사정과는 달리 현정은 회장은 ‘기업가 집안(현영원 전 현대상선 회장과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의 차녀)’에서 태어났다. 그럼에도 드라마에서 18년을 주부로만 살아오다 경영에 뛰어든 김인숙이 현 회장과 오버랩되는 것은 30년간 현대가의 며느리로,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로 내조에만 전념하다 재계에 등장해 ’여풍의 주역’이 됐다는 데에 있다.

모리무라 세이치의 소설 ‘인간의 증명’을 원작으로 한 ‘로열패밀리’는 원작이 보여준 ‘인간의 마성’보다는 ‘인성’에 초점을 맞춰 화려한 재벌가의 이면을 조명해나간다. “그림자였던 한 여인, ’천사의 가슴을 가진 악마’로 대표되는 김인숙을 통해 삶의 관성에 투쟁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이 제작진이 내세운 쏟아지는 재벌가 드라마와의 차별화이기도 하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고승희 기자@seungheez>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