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의 두 딸(이부진, 이서현)이 재계의 새 화두로 떠오르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성에게 다소 보수적이었던 재계도 이제 본격적으로 ‘여성 경영자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드라마는 발빠르게 이 같은 현실을 반영했다. ‘로열패밀리(MBC)’는 국내 안방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상위 0.01%의 ‘재벌’이라는 코드 안에 ‘여성 경영자’라는 화두를 덧댔다. 99.99%는 모르는 세계의 이야기에 어느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야기를 접목했다.
한 통의 전화로 드라마는 시작한다. JK그룹으로 대표되는 재벌가 차남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이 그것이다.
김인숙(염정아)은 평범한 집안의 딸로 태어나 재벌가에 시집갔으나 철저한 외면과 괄시 속에서 살아왔다. 한평생을 투명인간처럼 연명했지만 남편의 죽음 이후 그룹의 총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김인숙의 삶은 지난 2003년 남편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현대그룹의 총수 자리에 오른 현정은 회장을 떠오르게 한다.
모리무라 세이치의 소설 ‘인간의 증명’을 원작으로 한 ‘로열패밀리’는 원작이 보여준 ‘인간의 마성’보다는 ‘인성’에 초점을 맞춰 화려한 재벌가의 이면을 보여준다. “그림자였던 한 여인, ‘천사의 가슴을 가진 악마’로 대표되는 김인숙을 통해 삶의 관성에 투쟁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이 제작진이 내세운 쏟아지는 재벌가 드라마와의 차별화이기도 하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