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점차 고조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건설프로젝트의 공사대금 결제 여부가 건설업계에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건설사들은 일단 사태가 진정되면 공사대금 지급이 순조롭게 해결될 것으로 낙관하면서도, 반정부 시위 사태의 결과에 따른 변수가 워낙 많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쉽사리 철수를 못 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지에 잔류하는 이유도 결국은 공사대금인 만큼, 각 건설사의 해외건설 담당자들은 리비아 반정부 시위 사태의 변수별 대응 전략을 따져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건설사들이 가장 고민하는 대목은 반정부 시위 이후 벌어질 수 있는 권력의 공백 현상이다. 오랫동안 카다피 1인 통치 체제가 이어져 온 리비아는 강력한 ’포스트 카다피’가 떠오르지 않아 카다피가 물러나더라도 상당기간 혼란이 불가피하다. 위기 시 국가 시스템이 정비돼 있지 않아 이번 시위가 마무리되더라도 혼란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각 건설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대금의 지급 주체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리비아에 잔존하는 부족들의 영향력도 무시 못할 변수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리비아 부족들은 현재 약 140개로 분화돼 있으며, 이 가운데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칠 만한 세력은 30여 개로 추산되고 있다. 리비아는 다른 아랍권 국가와 달리 여전히 부족들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부족은 리비아가 식민지였던 시절 외세와 투쟁하는 핵심 역할을 해 왔으며, 1969년 무아마르 카다피의 쿠데타 이후엔 국정에 참여해 일정한 지분을 누리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 혁명수비대란 이름의 친위군을 가진 카다피와 비(非)카다피 부족이 갈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카다피가 있는 트리폴리와 기타 리비아 지역은 사실상 분리 상태에 놓일 수 있고, 결국 각 건설사가 진행 중인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지급 주체가 불명확해지는 사태를 피할수 없게 된다. 한 대형건설사의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상황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며 “공기 지연에 따른 추가 인건비 투입 등 비용 발생분은 사태가 진정된 후에 협상을 통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biz>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