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빠진 공통적인 고민은 심사위원으로 누구를 모실까 하는 점이다. 심사위원이 프로그램의 색채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가수, 연기자, 음악과 연기와 다른 분야 스타 오디션 할 것 없이 제작진이 처한 가장 큰 고민은 심사위원 문제였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쪽에서는 ‘슈퍼스타K’의 스타 이승철과 윤종신,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이자 유명 프로듀서인 김형석을 비롯한 유명 작곡가 에게도 심사위원 섭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스타 심사위원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오디션 버라이어티가 토크 버라이어티, 리얼 버라이어티(여기서는 캐릭터의 특성과 관계가 부각되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말한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리얼 예능에 속한다)와 함께 예능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을지 시험대에 오른 지금 심사위원 쟁탈전이 막후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 음악감독 박칼린은 현재로서는 흥행보증수표다.
박칼린은 ‘브리튼즈 갓 탤런트’의 한국판인 tvN ‘코리아 갓 탤런트’의 심사위원으로 전격 발탁됐다. 박칼린은 25일 MBC ‘위대한 탄생’ 예고편에도 출연해 20명으로 구성된 ‘멘토스쿨’ 합격자에게 “차라리 노래를 안하면 안되냐” “떠나는 게 도와주는 거다”등 차가운 조언을 하는 장면이 방영되며 앞으로의 출연을 예고했다.
‘남격’ 합창단 시즌2 계획은 이미 KBS 고위층까지 보고된 상태지만 ‘남자의 자격’ 제작진은 “신년계획안의 일부일 뿐시즌2가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일정이나 내용에서 약간 차이가 나오고 있는 이유중 하나는 심사위원 박칼린의 섭외 문제다. 박칼린이 아닌 다른 사람을 합창단 심사위원으로 할 경우 위험부담이 높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박칼린은 한국식이 아니다. 완전히 미국식”이라는 말로 섭외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정과 의리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로 들렸다.
특정분야에서 실력이 있는 사람과 심사를 잘하는 사람은 다르다. 또 그냥 심사를 잘하는 사람과 방송용으로 심사에어울리는 사람도 차이가 있다. 박칼린의 ‘따뜻한 카리스마’, 혹독한 평가를 내리면서도 항상 따뜻한 마음을 견지하는 그녀의 스타일은 오디션 프로그램 방송용으로 제격이다.
‘남자의 자격’ 신원호PD는 1년동안 스스로 탭댄스를 배운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 ‘남격’ 방송에 나와 멤버들에게 탭댄스를 가르치는 선생은 신PD를 가르친 스승이 아닌 다른 사람이다. 방송용으로 더 어울리는, 호감을 줄 것 같은 사람을 찾아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종편채널 등 콘텐츠 확보가 절신한 다매체 시대에 ‘우리 콘텐츠’ ‘우리 출신 스타’를 확보 내지 선점하려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 방송국마다 공채 탤런트를 뽑았던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가속화시킨 것중 하나는 MBC 예능의 간판 브랜드인 ‘일밤(일요일 일요일 밤에)’이다. 고전을 거듭한 후 돌파구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찾았다.
‘무한도전’과 ‘1박2일’ ‘남자의 자격’이 워낙 견고한 아성을 구축한 데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이들 프로그램의 틀은 전혀 새롭지 못한 느낌도 주기 때문에 리얼 예능이면서도 이와는 크게 다른 오디션이라는 포맷으로 뛰어든 것이다. 현실적으로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1인자 MC 3명 없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만들어 성공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니 아예 MC의 역할과 비중이 적은 오디션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1인자는,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MC도 아니고, 스타가 된 출연자도 아닌 심사위원들에서 나올 가능성도 높다. 박칼린 이승철 윤종신 김태원 방시혁 신승훈 등은 오디션 심사위원으로도 주목받고 새로운 이미지까지 추가했다. 앞으로 자신의 심사 스타일이 시청자에게 얼마만큼 어필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양상도 나올 수 있고이들과는 다른 인물이 스타심사위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