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기 영국왕 조지 6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킹스 스피치’가 27일(현지시간)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 83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말더듬증을 극복한 조지 6세 역의 영국출신 배우 콜린 퍼스는 아카데미에서도 ‘왕’이 됐고 ‘레옹’의 소녀였던 나탈리 포트만은 ‘블랙 스완’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할리우드 여신’으로 등극했다.
‘킹스 스피치’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소셜 네트워크’는 각색, 편집, 작곡 등 3개 부문 트로피를 가져가는 데 그쳤고, ‘인셉션’은 촬영, 시각효과, 음향편집, 음향믹싱 등 4개의 기술부문상을 독식하며 ‘킹스스피치’와 함께 최다 부문 수상작이 됐다. 전설적인 복서를 주인공으로 한 ‘파이터’는 크리스찬 베일과 멜리사 레오를 수상자로 배출하며 남녀 조연상을 모두 가져갔다.
올해 행사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한 편의 거대한 ‘가족영화’였다. MC인 제임스 프랑코가 객석에 있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일으켜 세운 첫 이벤트부터 한결같이 부모와 배우자, 자녀 등 감사의 말로 채워진 수상소감까지 가족의 훈훈한 정이 코닥극장을 감쌌다. ‘킹스 스피치’로 영국풍의 멋을 선호하는 전통적인 미국 관객들을 만족시키면서도 ‘인셉션’의 뛰어난 영상이나 ‘소셜 네트워크’의 최첨단 커뮤니케이션에 환호하는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야심도 역력했다. 주최측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젊은 관객들과의 소통도 강화했다. 4200만명이 중계를 지켜본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시청률은 얼마나 달성할지도 미국 영화업계의 관심사다.
하지만 ‘19금’의 깜짝 ‘사고’도 있었다. 여우조연상 수상자인 멜리사 레오는 감격에 겨운 나머지 수상소감 중 방송금지 속어(‘f***ing’)를 내뱉었다. 미국에선 묵음으로 걸러졌으나 국내중계사 ‘채널 CGV’를 비롯한 다른 국가에선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인사이드 잡’으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찰스 퍼거슨 감독은 “엄청난 경제위기를 가져온 금융회사의 간부들이 하나도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쓴소리도 던졌다.
한편, MC마이크를 잡은 앤 해서웨이를 비롯해 나탈리 포트만, 니콜 키드먼, 아네트 베닝에서 14세의 여우조연상 후보 헤일리 스타인펠트까지 여배우들은 화려한 패션으로 할리우드의 밤을 밝혔다. 강렬한 레드나 순백의 드레스, 화사한 파스텔톤이 주류를 이뤘으며 대담한 컷으로 어깨나 목, 가슴선을 드러낸 ‘섹시 스타일’도 돋보였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