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가창력의 소유자 김현정이 2년 6개월 만에 신곡 ‘1분 1초’를 발표했다. 유난히 길었던 공백기간,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TV에 출연하지 않는 기간에도 정신없이 바빴어요. 몽골ㆍ말레이시아ㆍ베트남ㆍ중국 등에 행사차 다녀왔고, 국내에서도 기업 행사가 많아 쉴 틈이 별로 없었죠.”
‘대학로 죽순이’로 불릴 만큼 연극과 뮤지컬, 재즈 공연도 닥치는대로 봤다. 잠시 짬을 내 미국 뉴욕과 뉴올리언스ㆍ호주에 공연을 보러 다녀오기도 했다.
“그 무대 위 에너지를 제가 1분 1초라도 표현할 수 있다면 그동안 꿈꿔온 무대에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같은 댄스곡이라도 더 강렬하고 슬프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데뷔 14년차 중견가수가 자신의 음악을 향해 품은 회의는 지난 공백기간 더 날카롭게 그의 속살을 파고들었다. 결국 가요계를 벗어나 재야의 스승을 찾았다. 서명희 명창에게 본격적으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우현영 재즈댄스 안무가, 모던댄스의 일인자 윤학준 안무가로부터 춤을 익혔다. 그들의 노하우는 서서히 김현정의 무대에도 스며들기 시작했다.
김현정은 신곡 선정을 가장 어려웠던 작업으로 꼽는다. 유명 작곡가가 쓴 댄스곡을 포함해 많은 노래를 제안받았지만 모두 거절해야만 했다. “제 목소리와 창법은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을 만큼 개성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성을 살리면서 작곡자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는 곡을 찾아야 했어요.”
2002년 발표한 정규 5집 수록곡 ‘단칼’로 호흡을 맞췄던 미누키에게 ‘김현정의 맞춤형 노래’를 주문했고, 2년 6개월간의 담금질 끝에 그가 얻은 가시적인 성과가 이번 신곡 ‘1분 1초’다. 잔잔한 피아노 소리와 애절한 보컬로 시작하는 이 곡은 1분 만에 비트 넘치는 댄스곡으로 돌아선다.
‘1분 1초’가 각종 가요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등 호평이 쏟아지는 데도 그는 사흘 밤낮을 울었다고 했다. 검은 선글라스를 벗어 보이며 “어제도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는 그는 “아직도 무대가 성에 차지 않는다. 14년 동안 내 무대는 늘 아쉬움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무대에 대한 목마름이 영영 해소되지 않기를 몰래 바란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