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내진 아파트 거주자 日대지진에 불안감 증폭
노원·강북·광명 하안 아파트대부분 1980년대 후반 준공
일부 내진조사서 ‘취약’판정
“10년 기다리다 재앙 덮칠라”
지난 11일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에 이어 쓰나미, 원전폭발 사고로 인해 일본 열도의 혼란이 닷새째 계속되고 있는 15일, 서울 노원구 노원사랑방 카페 회원들은 지난주 서울시가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40년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발표에 반발, 연한 단축을 요구하는 현수막 문구를 어떻게 할지 한창 최종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이번주 강북구 주민들과도 연합해 대규모 집단행동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수 노원사랑방 홍보국장은 “내진설계 안 된 아파트들이 재건축 연한 다 채우려면 10년 넘게 걸리는데 이는 매일매일 10년 동안 재앙을 키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참극을 불러온 일본 대지진을 지켜보면서 노원ㆍ강북을 비롯해 경기권까지 내진설계가 안 된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진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불안감마저 불어나고 있다.
노원구 월계동의 양모(56) 씨는 “지은 지 오래됐어도 당연히 내진설계 아파트라고 알았는데 뒤통수 맞았다”고 말했다. 상계동 함모(42) 씨도 “내진설계 안 된 집에 누가 살려고 올지 집값 더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경기도 광명시 하안 주공아파트 단지에서도 내진설계 적용을 위한 재건축 연한 완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주민 이모 씨는 “일본 지진에서 보듯 우리나라에 진도 6 이상 지진이 서울 근처에 발생한다면 노후된 중층 이상 아파트는 거대한 무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박모 씨도 “지난해 인근 시흥에서는 지진이 발생했는데 만일 지진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면 누가 책임질 수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불안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실제 노원구 아파트가 지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노원구가 1985~1989년 준공된 5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내진 성능을 검사한 결과, 2개 단지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이 일정한 충격을 받고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 진동주기 항목에서 A, B 단지는 각각 7.8초, 2.5초 걸려 안전 기준치인 1.5초보다 최고 5배 이상을 기록했다. 검사 당시 구청장을 맡았던 이노근 노원미래발전연구소장은 “이는 지진 발생 시 결국 변형된 힘을 이기지 못해 무너지거나 파손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연한을 판단하기 위해 얼마 전 서울시 자문위가 안전진단을 실시한 11개 단지도 모두 내진설계가 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서울시는 “현재 내진종합대책을 세우기 위해 용역을 시행 중이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내진 자가진단시스템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순식ㆍ정태일 기자@/killp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