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 SH도시연구소 건설기술연구팀장
日대지진 한국 덮치면 서울 50% 파괴리히터 규모 6 내진기준 재검토 시급
“지진 리히터 규모가 1만 올라가도 피해는 30배 증가합니다. 리히터 6까지 견딜 수 있는 우리나라에 일본에서 발생한 강도의 지진이 일어났다면 서울의 50%는 사라졌을 겁니다.”
김형근(44) SH도시연구소 건설기술연구팀장은 지난 11일 발생한 일본 동북아 대지진과 쓰나미의 공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 인터뷰 내내 흥분된 모습이었다. 그는 지진 규모 ‘9’는 상상도 못하는 수준이라며, “땅속 움직임이 변화무쌍해졌다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현재 3층ㆍ연면적 1000㎡ 이상 건물을 지을 땐 리히터 규모 6에 견딜 수 있도록 설정한 국내 내진 설계 기준이 적절한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아파트는 1990년 이후에 준공된 경우 대부분 일정 수준의 내진 성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학교”라고 강조했다. 학교는 대부분 80년대 지어졌기 때문에 ‘리히터 규모 6’ 정도 지진이 닥치면 남아날 학교가 거의 없다는 것.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인 우리나라에서 내진 설계 기준을 강화하면 그만큼 불필요한 비용이 더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에도 김 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건물 전체에서 뼈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이고, 그중에서도 철근은 20~30%에 불과해, 내진 설계 기준을 2배 강화한다고 해서 돈이 배로 들어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김 팀장은 “한 나라의 구조설계 능력은 국력이다. 이제 정말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힘줘 말했다.
또 국내 전문가 모두 석사 이상의 우수 인력이지만 설계용역비가 10년 전과 비슷할 정도로 구조설계 전문가들이 저평가 받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남 아파트 짓는 데 3.3㎡당 2000만원 이상이 들어가는 반면, 내진 설계는 고작 5만~6만원 수준입니다. 시공사나 발주처에서 적절한 비용을 공동 부담해야 합니다.”
김 팀장은 대학에서 구조학을 석사 전공하고, 20년 가까이 한우물을 판 이력답게 내진 설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이런 열정으로 지난해 현관 상부나 엘리베이터 벽체 등 숨은 공간에 들어가는 지진 제어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집 안의 내력벽이 차지하는 공간을 활용할 기술을 구현했지만, 김 팀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일본은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관련 기술 특허가 수백개입니다. 우리도 기술력은 이에 뒤지지 않지만,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김 팀장은 “앞으로 제진기술을 더욱 연구해 보급하는 시장 개척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ㆍ사진=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