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개선 앞장 권진봉 한국감정원장
과다보상 국가·개인 모두에게 피해강력한 구조조정 통해 조직개혁 시동
취임 석 달째를 맞은 권진봉(58·사진) 한국감정원장의 화두는 오로지 ‘감정평가시장의 선진화’에 집중돼 있다. 권 원장은 감정평가시장의 선진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이라고 했다. 그는 “감정평가업무는 국가재정과 직결된 문제인데, 곳곳에서 고가ㆍ부실평가와 과다보상 등의 폐단이 목격되고 있어 감정평가업무의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는 감정은 국가재정은 물론, 개개인의 재산권과 직결된다”면서 “업무의 중요성에 비해 선진화 작업은 형편없이 더디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업무에 대한 그의 설명은 끝이 없다. “보금자리주택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할 때 토지보상금은 지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고, 주택 분양가격을 좌우하기도 한다” “국민들이 매년 납부하는 재산세도 감정평가의 결과다” 등등. 그럼에도 감사원, 검찰, 국민권익위원회 등 곳곳으로부터 감정평가시장의 부실을 지적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대적인 감정평가 선진화 작업에 착수하면서 권 원장에게 막중한 임무를 부여했다. 감정평가시장 선진화의 골자는 한국감정원의 공단화다. 대부분의 감정평가업무는 민간에 이양하되, 공적 업무인 ▷부동산조사 및 통계관리담당 ▷감정평가 시장질서 유지, 평가기준 정비는 한국감정원이 맡는다.
정부출자 공기업을 공단화해서 부실평가로 인한 과다보상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질서를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권 원장의 이 같은 의지가 순탄치는 않다. 민간 감정평가협회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는 감정평가 업무영역의 축소와 지나친 규제를 우려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권 원장은 이에 대해 “감정원이 맡던 평가업무가 민간에 이양되면서 민간 평가법인들의 업무영역은 보다 확대될 것”이라며 “오히려 감정원의 수익사업이 대부분 민간에 이양됨에 따라 강력한 내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부담을 감정원이 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권 원장 취임 이후 이미 38개 지점 중 4개 지점이 폐쇄됐다. 또 전문기관에 내부 구조조정 및 기능과 직무 재배치를 위한 용역도 발주했다. 권 원장은 “민간 평가법인과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되는 게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30여년간 국토해양부에서 잔뼈가 굵은 권 원장은 건설수자원정책실장을 역임한 당시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최초로 기획, 실행에 옮기며 강한 추진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권 원장은 “감정원장 직을 이미 마무리된 공직사회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며 “외부의 반발과 간섭 등에 흔들리지 않고, 연내 법률 개정안의 통과를 이뤄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