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례로 본 폐해
김포 신곡지구 사업 지연금융비용 증가…시행사 파산
시공사도 줄줄이 워크아웃
평택 장안마을 코오롱하늘채
금호건설 워크아웃 신청
분양 재개만 2년 걸려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헌인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삼부토건이 지난 12일 전격적으로 법정관리행을 택하자 공동사업자였던 동양건설산업 또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맞으면서 건설사들의 공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딜레마’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토지대금 등 높은 사업비를 건설사들이 나눠 부담하며 자금조달의 짐을 덜었던 공동 PF 사업이 도리어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에 따라 동반 부실을 낳는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헌인마을 프로젝트 외에도 과거 김포신곡지구 사업 또한 공동 PF 사업에 참여한 남광토건, 신동아건설 등이 일제히 워크아웃 및 파산에 돌입하면서 건설사들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했다.
신곡지구 사업은 신동아건설이 40%, 남광토건과 청구가 각각 30%씩 지분을 가진 공동시공 방식 사업으로, 12만8700㎡ 규모 부지에 3384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인ㆍ허가 지연 등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시행사가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부실해졌고, 덩달아 연대보증에 들어간 공동 시공사들도 자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일제히 워크아웃 및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대규모 사업의 초기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주는 건설사들간의 공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한 파트너사가 부실에 빠질 경우 동반위기로 추락하는 건설시장의 독(毒)이 되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 PF건설현장. [헤럴드경제DB] |
당장 헌인마을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서로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헌인마을 개발사업 PF 대출은 총 4270억원(한도 4500억원)으로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이 절반씩 채무인수약정을 한 상태다.
이에 대해 삼부토건 측은 “PF 대출 만기연장을 위해 대주단이 요구하는 추가담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사업파트너인 동양건설의 담보여력이 충분치 않아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양건설은 “어떻게든 사업을 진행하려고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삼부토건 측이 대주단과 사업파트너인 우리도 모르게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동양건설 측은 삼부토건과 대주단 간의 극적 화해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동 PF사업의 구조적 특성상 PF 대출금을 홀로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여 삼부토건처럼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해진다.
공동 PF의 시너지 창출 실패는 전체 사업규모 5500억원의 2000가구 대단지를 건설하는 평택 장안마을 코오롱하늘채에서도 있었다.
이 사업은 당초 코오롱건설과 금호건설이 50대 50으로 손을 잡고 2009년 분양을 목표로 준비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금호건설이 돌연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순식간에 제동이 걸렸다. 두 건설사와 대주단은 분양을 잠정 중단하고 지난 한 해 동안 줄다리기 끝에 금호건설이 시공할 여력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결국 코오롱건설이 단독으로 시공하고 보증만 당초 계획대로 같이 서는 방식으로 진행돼 지난 8일 분양이 재개됐다.
하지만, 예정보다 분양이 2년이나 늦어지면서 두 건설사 모두에게 상처만 커졌다. 특히 코오롱건설은 지난 한 해 금융비용만 60억원 이상을 부담하는 타격을 입고 5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공동 PF사업은 건설사가 공동으로 PF 리스크를 나눈다는 것도 있지만, 실상은 사업비가 워낙 커 자금 조달 부담을 같이 분담하는 성격이 짙다”며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 건설 회사가 부실해지면 사업이 지연되고 덩달아 다른 건설사에 금융비용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순식ㆍ정태일 기자/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