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PF폭탄’ 현실화 우려…업계 줄도산 공포 확산
기촉법 시한만료에저축銀 PF대출 싹쓸이 회수
17년 흑자기업도 내몰려
“무차별 대출금 회수 땐
법정관리 카드만이 해결책”
건설사 사실상 배수진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17년 흑자기업을 졸지에 법정관리 기업으로 만들었다. 우리 회사와 거래 중인 협력업체만 해도 400개 회사에 달하고, 진행 중인 현장은 100개에 이른다. 무자비한 대출회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정말 난감할 따름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시한의 만료와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싹쓸이 회수가 맞물리면서 시장은 거대한 부작용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 건설업 면허 1호인 삼부토건에 이어 17년 연속 흑자기업인 동양건설산업이 잇달아 법정관리행을 택하면서 부실기업이 아닌 흑자기업을 구조조정하는 믿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의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는 한 금융권의 무차별 대출금 회수는 계속될 수밖에 없어 건설사들의 줄도산 가능성은 폭발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당장 생사의 기로에 선 건설사들은 분노와 절망 섞인 목소리로 기촉법의 신속한 재도입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동시에 무분별한 대출금 회수가 아닌 사업장의 여건을 감안한 선별적 대출 회수의 가이드라인을 당국이 만들 것을 촉구했다.
17년 동안 흑자를 기록한 동양건설산업이‘ 헌인마을 개발사업’ PF 만기 연장을 받지 못해 지난 15일 전격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신청 후 첫 출근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무겁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m |
저축은행은 특히 2009년 3월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입한 1조2400억원어치의 PF가 내년 초 만기가 돌아오면서 운신 폭이 좁아진 상태다. 캠코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저축은행의 부실 PF 대출 5조5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매입 후 3년이 지나면 이를 되돌려 줄 예정인데, 문제는 이들 PF채권 대부분이 고정 이하 여신이다. 이들 채권이 저축은행에 환매될 경우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이 10%포인트가량 더 오를 것으로 금감원은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PF 대출 만기 연장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면서 ‘PF 대출만기=법정관리’라는 공식하에 건설사의 줄도산 위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374번지 일대 13만2379㎡에 단독주택 83가구와 타운하우스(공동주택) 236가구를 짓는 헌인마을 프로젝트는 끝내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을 수렁을 빠뜨렸다. 사진은 개발을 앞두고 어수선한 마을 풍경.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동시에 PF 대출금 회수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량사업장과 비우량사업장을 불문하고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게 아니라 사업장 실사 후 사업여건이 양호한 사업장에 대해선 일부 채권단의 반대가 있더라도 대출금 만기를 연장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순식 기자@sunheraldbiz>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