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이 부산 명륜동에서 분양 중인 ‘명륜 I’PARK(총 1041가구)’. 부산 유형문화재 제6호인 동래향교가 단지와 맞붙어있는 입지적 특수성을 감안, 3개의 주동(住棟) 층고를 7층으로 확 낮추고 옥상에 기와지붕을 얹도록 설계됐다.
1층 필로티 공간을 활용해 99㎡규모 다실(茶室)을 조성하고, 단지 내 문고와 독서실 이름도 명륜당 및 동재ㆍ서재로 붙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근에 충렬사, 명륜공원(舊 동래사적공원), 복천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재와 사적이 위치하고 있어 한옥풍 단지로 특화했다”며 “외벽을 벽돌, 황토색 등으로 마감해 한국적 정취를 물씬 풍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극히 서구화된 공간으로 꼽히는 콘크리트 성냥갑 아파트에 ‘전통’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최근에는 실내 인테리어에 머물던 ‘한옥풍’ 디자인콘셉트가 아파트 외관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아파트 단지 전체의 기품과 정체성을 결정하는 ‘주요 차별화 포인트’로 떠오른 셈이다.
삼성물산이 최근 선보인 수원 ‘래미안 영통 마크원(총 1330가구)’의 경우,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화성을 테마로 대형 문주를 설계해 눈길을 끌었다.
이미 실내 인테리어는 전통미를 접목한 디자인이 큰 줄기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대림산업은 서울 중구 신당동, 용산구 신계동에 이어 경기도 의왕시 ‘내손ㆍ의왕e편한세상’ 등 주력 사업장에 이를 적극 응용하고 있다. 현관 앞에 전통문양을 가미한 중문(中門)이 설치되는가 하면, 한지 느낌의 벽지 및 흙 마감재 등이 활용됐다.
심지어 벽 중간마다 한옥에서 볼 수 있는 나무 기둥을 넣기도 했다. 현대건설도 현재 시공 중인 인천 검단 힐스테이트 4차 일부세대에 전통미가 강조된 디자인을 적극 차용했다. 거실 한 쪽에 대청마루 형식의 다실(茶室)이 마련된다.
LH는 한발 나아가 지난해 말 한옥구조를 녹여낸 주택평면까지 새롭게 개발했다. 발코니를 확장한 전용면적 84㎡를 기본으로 사랑방, 한실, 안마당, 다실 등 총 4개 유형이다. 특히 안마당형은 약 10㎡ 정도의 미니마당을 집안 내부에 조성, 장독대까지 놓을 수 있는 게 특징. 현관 입구 옆에 작은 방을 사랑방처럼 만들어 손님용 침실로 활용할 수 있는 타입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전통 요소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고전미와 모던함이 어우러지면서 쉽게 질리지 않는 스타일이 재창조된다”며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이런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향수가 주거시장까지 스며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민현 기자/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