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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계광장 조형물로 친근한 ‘팝아트의 거장’ 올덴버그 부부 작품展......시청만한 빨래집게…일상의 아이러니, 해학을 만나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고풍스런 시(市)청사 앞에는 거대한 빨래집게가 자리잡고 있다. 시청 건물과 맞먹을 정도로 크게 뻥튀기된 빨래집게는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며 낯설면서도 경쾌한 해학을 선사한다. 작은 빨래집게가 수십m로 확대돼 위용을 자랑하니 그 엉뚱한 발상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것.
어디 그뿐인가. 초대형 숟가락에 붉은 체리를 살짝 얹은 미네아폴리스 조각공원의 ‘스푼브리지와 체리’(1988), 도쿄 국제전시센터의 ‘톱, 톱질’(1996)같은 공공조각 또한 이들 도시를 대표하는 예술 아이콘으로 명성이 높다.
이들 조각을 만든 이는 스웨덴 출신의 미국의 팝아티스트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ㆍ83)다. 그는 일상의 평범한 물건을 엄청난 크기로 확대하거나, 본래 딱딱한 재질의 것을 부드럽게 만듦으로써 기이한 아이러니를 선사하는 작가다. 올덴버그는 2006년 청계천 입구에 설치된 다슬기 모양의 조각 ‘스프링(Spring)’으로 우리와도 친숙하다.
‘팝아트의 살아있는 마지막 거장’으로 불리는 올덴버그와 그의 아내이자 평생동지였던 코셰 반 브루겐(Coosje van Bruggenㆍ1942~2009)의 작품전이 서울서 개막됐다.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갤러리(대표 박경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올덴버그 부부의 협업작품을 대거 공개하는 자리로,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올덴버그에게 명성을 안긴 주요 환경조각의 마케트(조각제작을 위한 모형)와 대형 실내조각, 희귀 드로잉, 판화 등 43점이 나왔다.
이번 회고전을 위해 PKM갤러리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트리움에 3m가 넘는 대형 실내조각(2005, 2006년 작) 2점을 별도로 설치했다. 그간 음악, 영화, 공연 등의 콘텐츠를 제공해 온 타임스퀘어는 올덴버그의 대작을 메인 공간에 설치함으로써, 기발한 상상력을 지닌 작가의 예술세계를 대중과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이 중 PKM갤러리와 타임스퀘어에 출품된 조각은 프렌치 호른, 클라리넷, 색소폰 등 악기를 테마로 한 작품이다. 1992년 프랑스 루아르지역의 고성을 사들인 부부는 ‘뮤직룸’을 만들고, 악기조각을 만들었다. 악기조각에서도 일상의 사물에 변형을 가해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초현실적인 조형세계를 선보여 부부의 철학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일찌기 “삶만큼이나 무겁고 적나라하며, 달콤하고 어리석은 예술을 위해 나는 존재한다”고 되뇌였던 올덴버그는 한평생 변혁을 추구했다. 특히 1962년 처음 등장한 ‘부드러운 조각품’(soft sculpture)은 그의 삐딱하면서도 남다른 예술관을 잘 보여준다. ‘부드러운 타자기’ ‘부드러운 욕조’는 더없이 딱딱한 공산품인 타자기와 욕조를 비닐· 스펀지·고무로 환치시킨 것으로, 일상의 진부한 물건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상업주의, 대량생산의 신격화라는 이슈를 탐구한 시도였다.
이후 이들 부부는 반(反) 기념비적인 조형물인 ‘빨래집게’(1976), ‘벽을 자르는 칼’(1986), ‘떨어뜨린 콘’(2001) 등을 연달아 선보이며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떨쳤다. 이번 서울 전시에는 청계광장에 세워진 높이 20m의 조형물 ‘스프링’의 탄생과정을 엿볼 수 있는 물방울 드로잉도 출품돼 관심을 모은다. 02)515-9496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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