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는 단상·전자과녁 등
올림픽경기장과 똑같이…
태릉서 모의훈련 수없이 반복
소음·조명 적응 심리훈련병행
선수성향맞춰 순서도 조정
한국 여자 양궁이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8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일구며 다시 한 번 ‘천하무적’ 신궁 파워를 과시했다. 오랜 기간 양궁 명가의 자존심을 지킨 비결에 세계가 다시 한번 주목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 앞에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은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의 무패 행진을 이끄는 견인차다. “올림픽보다 더 어렵다”는 대표 선발전에서는 오직 ‘실력’만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 선수들은 하루 몇 백발 이상의 활을 쏘며 실력 키우기에 전념했다. 실제 남자 양궁 단체전 이후 열린 기자 회견에서 선수들은 “하루에 400발, 많으면 600발까지 쏜다”고 말해 외국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선수들의 땀을 뒷받침한 과학적인 훈련 방식 역시 올림픽 8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비결로 꼽힌다. 한국 양궁팀은 하나부터 열까지 ‘실전’을 염두에 둔 환경에서 디테일한 훈련을 했다. 작은 변수마저도 통제하겠다는 치밀한 준비가 한국 양궁의 자존심을 지키게 한 힘인 셈이다. 활을 쏘는 단상, 전자 과녁, 주변 환경 등 올림픽 경기장과 똑같은 구조의 모의 연습장을 태릉선수촌에 만들어 연습에 임했다.
선수들은 “진짜 브라질에 가 있는 것처럼 느낄 만큼 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린 삼보드로무는 50cm 높이 단상에 올라가 녹색 벽을 보고 활을 쏘는 구조로 일반적인 양궁장과 다른 구조이지만, 선수들은 익숙한 환경에서 안정적인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한국 양궁팀은 올림픽 금 사냥을 위해 심리훈련과 뇌파 훈련도 했다.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가상의 영상으로 보며 뇌파를 측정해 실전에서 집중력을 지속하는 방법을 체화했다. 또, 경기 시작 신호음에 맞춰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심리훈련은 물론 관중 소음과 조명에 적응하기 위해 실내 야구장에서도 연습을 단행했다. 강한 바람 등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응하기 위해 악천후에도 활을 쏘는 노력을 했다.
실제 여자 대표팀 결승 경기가 열린 8일은 방향이나 세기를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센 바람이 불었다. ‘도깨비 바람’ 앞에 중국과 러시아 등은 잇달아 무릎을 꿇었으나, 태극 여궁사들은 과녁을 명중시키며 체계적인 훈련의 효과를 몸소 입증해 보여줬다.
완벽한 케미도 돋보였다. 선수들의 성향과 실력에 맞춤형으로 선발-중간-마무리를 구성한 것도 금메달 비결이었다. 양창훈 여자 대표팀 감독은 “장혜진이 성격적으로 쾌활하고 파이팅하는 성격이다. 기보배는 경험이 많아서 마지막으로 돌렸다. 최미선은 세계랭킹 1위지만 어리고 경험 없어서 중간 역할을 맡겼다. 그게 딱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양궁협회도 선수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고온 다습한 기후의 리우데자네이루는 활의 상태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데 대표팀은 엑스선 비파괴검사를 통해 가장 좋은 활을 골라 경기에 나섰다. 양궁협회는 선수가 활을 잡을 때 사용하는 그립을 맞춤 제작했다. 또, 경기장 인근에 휴게실을 만들어 35㎞나 떨어진 숙소에 가지 않고도 쉴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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