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아파트 앞 붕어빵 아저씨 오늘 나오셨나요?”
겨울이면 지역 온라인 카페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글이다. 붕어빵이 ‘귀한 몸’이 된 것은 불법 노점상 단속과 팥 등 원재료 물가 상승으로 붕어빵 가게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붕세권(붕어빵 가게 인근 지역)’이라는 단어도 이제 익숙해졌다.
특히 올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아예 길거리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들면서 붕어빵 노점상을 더욱 찾기 힘들어졌다. 이에 붕어빵 위치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앱) 등의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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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먹방’ 유튜버 쯔양은 구독자 A씨가 운영하는 붕어빵 노점상에 ‘일일 아르바이트생’으로 나서 하루 종일 붕어빵 장사를 도왔다. 그러나 해당 영상이 게재된 이후 누군가가 구청에 민원을 넣어, 불법 노점상인 붕어빵 노점은 문을 닫게 됐다.
A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부모님을 도와드리고자 했던 무지하고 짧은 생각에 신고 받을 수 있는 행동임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현재 휴게음식점 사업자 등록을 하고 붕어빵과 기타 음식을 판매하기 위한 소점포를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 사례는 붕어빵 노점상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대개 무허가 점포인 경우가 많아 단속을 피해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전반적으로 장사가 안되다보니 노점상이 더욱 줄어든 분위기다. 외부 활동이 힘들어지면서 가정 내에서 에어프라이기 등의 주방기구를 이용해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붕어빵 간식 제품이 늘어나는 것도 트렌드다.
무엇보다 밀가루, 팥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도 붕어빵 가게에 큰 부담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3일 기준 수입산 팥(붉은 팥) 40㎏ 도매 가격은 22만74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7만6240원보다 무려 29%나 상승한 가격이다.
[당근마켓 제공] |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진 붕어빵에 애가 타는 이들을 위한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은 지역 주민들과 겨울철 동네 먹거리 장소를 공유하고 확인할 수 있는 ‘겨울간식 지도’ 서비스를 21일부터 시작했다.
해당 지역에서 GPS 인증을 완료한 이용자만 장소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포털사이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진짜 동네정보’를 이웃들과 나눌 수 있으며, 지도 상에 등록된 곳곳마다 직접 방문한 이웃들의 생생한 후기를 접할 수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당근마켓 동네생활 상단의 ‘이웃과 함께 만드는 겨울간식 지도’ 탭을 누르고 자신이 찾은 우리동네 겨울간식 가게 위치를 확인한 후 알기 쉬운 이름이나 군밤, 오뎅, 호떡 등 메뉴를 입력하면 바로 등록된다.
겨울간식 지도에는 자신이 등록한 곳 외에도 여러 이웃들이 소개한 겨울간식 위치를 ‘핀’으로 확인할 수 있어 동네 사람들과 함께 지도를 하나씩 완성해가는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당근마켓은 겨울간식 지도 서비스에서 메뉴, 영업시간, 결제정보 등 추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준비 중이다. 겨울간식 지도는 21일부터 안드로이드 및 iOS 기기 모두에서 이용 가능하며, 전국 전 지역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서은 당근마켓 동네생활 서비스 기획자는 “코로나 한파로 유독 어려움을 겪고 계실 지역 상인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겨울간식 지도를 선보이게 됐다”고 했다.
당근마켓의 이같은 서비스는 2017년 한 네티즌이 만들어 인기를 끈 ‘대동풀빵여지도’와도 유사하다.
참여형 지도 시스템인 구글 오픈맵을 활용한 이 지도는 붕어빵·잉어빵·국화빵·옛날풀빵·오방떡·호두과자·땅콩빵·계란빵·바나나빵을 비롯한 모든 풀빵은 물론 호떡까지 전국 팔도의 풀빵집이 표시된다.
또 ‘가슴 속 3천원’이라는 앱도 있다. ‘언제 어디서 붕어빵을 만날지 모르니 가슴속에 3천원을 지니고 다녀야해’라는 재미있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현금거래가 많은 노점상 특성을 반영한 것. 붕어빵 외에도 타코야끼, 계란빵, 호떡 파는 곳의 위치가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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